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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난동과의 전쟁’ 사흘 만에 불거진 과잉진압 논란
경찰은 지난 4일 ‘흉기난동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전국 각지에서 치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온라인상 살인예고 글 187건을 확인해 작성자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고, 행동이 의심되는 442명을 검문검색해 흉기를 소지한 14명을 협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7명은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매겼고 99명은 경고조치 후 훈방했다. 이들 중에는 마약을 갖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현행법은 경찰의 무기 사용 등을 까다롭게 명시하고 있어 급박한 상황에서 제대로 지켜지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제10조의4)에 따르면 경찰관은 무기 사용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사용할 수 있다. 동시에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항거·도주하려고 할 때 △경찰관으로부터 3회 이상 무기·흉기 등을 버리라는 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으면서 계속 항거할 때 등 몇 가지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흉기 난동범을 검거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대상자가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과도한 의욕이 앞선 법 집행으로 인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법 절차 준수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폰 빼고 주변 두리번”…흉기 난동이 바꾼 도심 풍경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심 속 사람들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주변을 계속 확인하거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서울 도심의 약속을 기피하는 모습은 이 같은 불안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경기 남양주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스마트폰을 보며 무료함을 달래곤 했는데, 요즘엔 의식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고 했고, 또 다른 직장인 권모(34)씨는 출퇴근 길에 스마트폰으로 팟 캐스트와 노래를 듣던 습관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불미스러운 일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아예 서울 도심 등 위험 지역을 기피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 주말 서울 구로구의 한 식당에서 할머니 칠순 잔치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최근 구로구 개봉역을 지나던 지하철 1호선 열차 안에서 난동을 일으켜 시민들이 대피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우리 가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혼인 홍모(35)씨는 지난 주말 원래 계획했던 홍대에서의 데이트를 취소하고 파주를 찾았다. 홍씨는 “아내와 서울 도심에 각종 체험활동 등을 즐겼는데 이번 사건으로 가기가 꺼려졌다”며 “차를 타고 외곽으로 나가는 게 안전할까 싶어 일정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