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꽃 너머 산불 상흔 오롯이’…동해·옥계 산불 그후

[르포]산불 두달여 지난 동해·옥계, 현장 복구 구슬땀
동해서 정선 넘는 42번 국도 옥계엔 시커멓게 탄 흔적
묵호항 등 주변·시내, 산불에 탄 주택·건물 재건축 중
“거리두기 해제로 상권 회복 기대했지만 여행객 아직”
  • 등록 2022-05-25 오후 4:20:42

    수정 2022-05-25 오후 9:29:44

[동해·옥계=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시커멓게 타버린 산등성이. 전소해 앙상한 뼈대만 남은 건물.’

지난 15일 강원도 동해시에서 정선을 넘는 백복령 구간. 아까시꽃(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사이사이 시커멓게 탄 산불의 상흔이 그대로 보였다. 군데군데 도로 옆 낙석 방지망은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더미에 금세라도 무너질까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코끝에 스치는 달콤한 아까시꽃의 향기와는 사뭇 다른 처참한 모습이다. 응급 복구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가운데 장마철을 앞두고 산사태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마저 들었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정선을 넘는 백복령 구간. 도로 옆 낙석 방지망은 쏟아져 내린 바위와 흙더미에 그대로 방치된 상황이다.(사진=문승관 기자)
도로 양옆 푸른 활엽수림 사이로 검게 그을린 비탈면과 뿌리를 드러낸 나무가 함께 뒤섞여 있었다. 인근 어달산은 강원도기념물 제13호인 ‘봉수대’가 자리 잡고 있는 문화재 구역으로 명사십리 망상해변 등 동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경관지역이다. 하지만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어달산 주변은 온통 검고 붉은색 일색이었다. 이 산의 주인인 소나무는 대부분 예외 없이 숯으로 변한 채 서 있었다.

42번 국도 정상에 오르자 동해시내 산불 피해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불 피해지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하얀 아까시꽃과 산불피해가 적은 곳의 푸릇한 빛이 어우러져 마치 단풍이 든 것 마냥 착각할 정도다.

지난 3월 대형산불이 발생한 강원 동해시 망상동 아까시꽃(아카시아) 너머로 산불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사진=연합뉴스)
동해시 묵호항에 들어서자 논골담길 바람의 언덕 전망대 위로 이 일대를 집어삼킨 산불 피해 흔적이 역력하다. 묵호항 바로 뒷산인 초록봉까지 산불 피해를 보면서 산림 2700㏊(헥타르)가 사라졌고 주택 밀집지역 인근까지 산불이 번져 110여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묵호항 언덕, 산불이 휩쓸고 간 주택가 주변 야산에는 새로이 집을 짓거나 재건축하는 곳곳이 눈에 와 닿았다. 아직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한 주택 인근에는 검게 탄 소나무가 당장에라도 주택을 덮칠 듯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강릉시는 산불피해지역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비 34억원을 들여 산주 동의를 얻은 피해지역 74㏊에 대해 벌채를 한다고 했다. 산불 피해목이 쓰러져 민가를 덮칠 우려가 있는 주택과 도로변 등을 우선 벌채한다. 농경지 등 산불피해지 주변의 3㏊가량은 우기 이전 응급 복구를 시행하기로 하고 산주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시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생태계 복원과 산림피해 회복을 위해 피해목 벌채사업, 조림사업, 사방사업 등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해 묵호항 인근 언덕 산불이 휩쓸고 간 주택가 주변 야산에 검게 탄 소나무가 당장에라도 주택을 덮칠 듯 위태로워 보인다.(사진=문승관 기자)
낚시 명소 어달항을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곰치국 전문점에 들어섰더니 한창 점심시간대인데도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식당 사장은 “40년간 이곳에서 곰치국을 끓였는데 산불 이후 문을 닫았다가 최근 다시 열었다”며 “하루에 열 테이블도 손님을 받지 못한다. 거리두기 해제 후 조금씩 손님이 늘긴 하는 데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식당 건너 어달항 다목적센터 2층에는 카페와 옥상정원 등이 있었는데 코로나19와 산불 등의 영향으로 문이 잠겨져 있었다. 이곳은 해양수산부의 ‘포스트(POST)-어촌뉴딜’ 시범사업으로 지어진 곳이다.

동해로 가족여행을 왔다는 진 모 씨는 “산불 이후 동해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태겠다는 생각에 5월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왔다”며 “오는 동안 산불 흔적에 놀랐고 동해지역에 관광객이 적은 것에 또 한 번 놀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어달항 등대 전경(사진=문승관 기자)
산불 진화 후 두 달여 만에 다시 찾은 묵호수변공원 도째비골 해랑전망대에는 이를 즐기기 위한 가족·연인단위 여행객이 삼삼오오 모여 바다 위로 85m나 뻗어 나간 아찔한 해상도보교량의 묘미를 즐기고 있었다. 다만 한창 때와 비교할 땐 절반도 못 미치는 수의 여행객이라는 게 인근 상인들의 설명이다. 묵호항을 지나 동해 시내에 들어섰지만 절반 가까운 상점과 음식점이 문을 닫은 채였다. 도심 속 천연동굴인 천곡동 황금박쥐동굴도 가장 붐빌 시간인 오후 2시쯤 20여명 가량의 단체팀 두 팀만이 관람을 할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동굴관리소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산불 영향으로 관람객 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동해시 천곡동 황금박쥐동굴 모습(사진=문승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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