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숭례문 등 문화재 일이 산적해 굉장히 부담은 된다. 하지만 원칙대로 할 거다. 그걸 바랐고 내가 평소에 해왔던 방식이니 어렵지 않을 걸로 생각한다.”
나선화(65) 신임 문화재청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9일 취재진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나 ‘정법’을 여러 번 강조했다. 문화재청 운영 방안을 묻자 내놓은 말이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숭례문 부실 복구와 울주 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를 둘러싼 지자체와 갈등으로 거센 홍역을 치렀다. 숭례문은 부실 복구 문제가 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감사원도 조사에 착수했다.
나 청장은 20년 넘게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학예실장을 지냈다. 행정 경험 부재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나 청장은 “어제 정진석 추기경을 뵀는데 똑같은 걱정을 하시더라”며 “그래서 ‘학교도 행정 없이는 안 돌아간다’고 말씀드렸다. 반듯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원칙은 같은 것”이라며 웃었다. 대신 자신의 강점으로 ‘현장경험’을 꼽았다. 반구대 암각화가 처음 발견됐을 때 현장에 나가 조사하고 탁본도 한 사람이 나 청장이다.
숭례문 부실 복구로 문화재 복원을 둘러싸고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게 과연 맞는지에 대한 의문도 불거졌다. 문화재 복구에 대한 철학을 묻자 나 청장은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건 시대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수리와 복원을 단순히 공사나 기술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건 얼이 빠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나 청장은 “하지만 이 시대정신을 현대기술과 접목해 나아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이젠 전 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이 돼 문화가 똑같아졌다”며 “이렇게 되면 ‘나’라는 존재는 뭐로 입증할 것인가란 문제가 생기게 마련인데 전통문화의 시대정신을 복원하는 건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라는 의견도 내놨다. 해외에 문화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선 진취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전시 대여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 “우리 문화재의 역사적 가치가 아직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현지활용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