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출국장 못 찾아 울어”…‘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의 사연

  • 등록 2023-11-16 오후 3:14:00

    수정 2023-11-16 오후 3:14:0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인 김정자(82) 할머니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김 할머니는 4년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만학도가 된 이유를 밝혔다.
16일 오전 2024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김 할머니는 서울교육청 제12시험지구 제17시험장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 속에 시험장으로 향했다.

김 할머니는 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전 “젊은 학생들 각자가 3년 동안 배운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인생을 걸고 있는 날인데 학생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우리나라를 앞으로 짊어지고 나갈 새 일꾼이 되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1941년생인 김 할머니는 올해 최고령 수험자로 수능시험에 임하게 됐다. 하지만 김 할머니가 수능 문턱을 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넘어야 했다.

2019년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김 할머니의 사연이 전해졌다.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 이후 경남 마산으로 건너왔다는 할머니는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 한국전쟁이 발발해 학교를 갈 수 없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8남매의 맏딸로서 어려운 형편에 공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당시 김 할머니는 “우리 딸이 미국으로 출국하던 날 공항에서 엄청 울었다”며 “내가 이렇게 무식한 엄마라서 딸이 들어가는 출입구도 모르더라. 한글도 모르는데 영어를 어떻게 알겠나”라고 서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캡처)
김 할머니는 외대 앞에서 장사하던 시절, 한 학생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게 됐다고. 할머니는 “당시 학생이 노트 한 장을 찢어 ‘ㄱ’ ‘ㄴ’을 써줬다”며 이름 쓰는 법을 알려준 학생 덕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한글을 배운 할머니는 공부에 대한 꿈을 꿨지만 막연했다. 그러다 길에서 주운 부채로 인해 문해 학교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배움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었다.

방송 당시 양원주부학교에 다니던 할머니는 “책가방을 며느리가 사줬다. 그때 너무 좋았다”며 “첫 교실에 들어갈 때는 담임선생님을 보고 너무 좋아 눈물이 났다”고 언급했다.

또 허리가 굽어 걷는 속도가 느려 오전 6시 30분에 집을 나섰다는 김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수업받는 게 너무 좋다. 내 인생에 바뀌어 버렸다. 모든 것이 즐겁다”며 기쁜 마음을 나타냈다.

방송 당시 할머니는 양원주부학교 졸업을 앞두고 심경 글을 통해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졸업장을 두 개 더 받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을 살아온 거 보면 꿈만 같고 인제 와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내 인생에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며 “뭐든지 하고 싶은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영문학과에 진학에 미국에 사는 손주들과 ‘프리 토킹’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김 할머니는 양원주부학교를 졸업 후 일성여중·고에 진학했고 결국 2024 수능 최고령 수험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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