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게임업계, 셧다운제 폐지에 만감 교차

셧다운제 시행 10년 만에 폐지 눈앞
‘마인크래프트 사태’로 상황 급반전
여야 폐지 법안 발의에 정부도 대책 마련
“결국엔 완전자율로…청소년 옥죄기보다 능력 키워줘야”
  • 등록 2021-08-25 오후 4:18:04

    수정 2021-08-25 오후 9:06:45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정부가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 이후 후속대책을 25일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시행된 게임 셧다운제는 심야시간대(0~6시) 만 16세 미만 청소년 대상으로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도입 당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여성가족부 논리에 공부를 방해하는 주요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학부모 시민단체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로부터 여야가 셧다운제 폐지에 한목소리를 내고 정부가 발맞춰 움직이기까지 걸린 시간이 10년이다. 그동안 게임 이용시간과 청소년 수면시간의 상관관계가 모호하고 글로벌 앱마켓이 낀 모바일게임의 강제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해 애꿎은 국내 PC온라인게임만 규제가 이어지는 등 끊임없이 실효성 논란에 시달렸다.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는 물론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낙인효과로 후속 규제까지 불러오는 등 업계가 몸살을 앓았다. 업계 입장에선 ‘잃어버린 10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 셧다운제 폐지를 말하자, 업계 내에선 만감이 교차하는 반응도 보인다.

“마인크래프트가 큰일 했네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습니다” 10년 이상을 업계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 폐지에 목소리를 냈으나, 정부와 국회가 요지부동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러다 지난 7월 초, 상황이 급반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여파로 성인용 게임이 될 처지에 놓였다는 소식이 퍼진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교육용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MS가 국내 셧다운제를 위한 별도 시스템 구축 없이 계정통합을 추진하면서 마인크래프트 PC버전에 성인만 접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폐지 여론이 대번에 불붙었다. 셧다운제를 이행하지 않은 MS에 대한 비판은 찾기 어려웠다. 셧다운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여론이 들썩이자 셧다운제 폐지 후속 의원 발의도 잇따랐다.

업계 관계자는 “MS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라는 바위를 밀어내는 핵심 지렛대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며 씁쓸한 반응을 숨기지 못했다. 국내 업체의 백 마디 말보다 국외 업체의 게임 접속 불가 사태 한 번에 여론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성명을 내고 “협회와 회원사는 국내 대표 갈라파고스 규제인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하며 관련 법안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선제적으로 청소년 보호에 앞장서고 문화와 산업의 영역에서 게임을 바로 알리고 게임 인식 개선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명무실화된 게임시간 선택제, 활성화 과제로


25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된 셧다운제 폐지 법안 통과와 보완 입법에 발맞춰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 운영한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선택적 셧다운제로도 불린다.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국내 주요 게임 기업들이 이미 도입 중이다. 국가 주도의 규제보다는 가정 내 자율권을 주는 방향으로 바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측은 “정부 입장에서는 셧다운제 폐지의 입장을 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연내에 관련 법령이 개정될 수 있도록 폐지 법안을 중심으로 국회에 적극적으로 저희가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게임시간 선택제는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와 거의 같은 시기에 도입된 이후 유명무실화된 제도다. 문체부에 따르면 국내 7곳 정도의 게임 기업을 조사해보니 1%에서 많게는 28%까지 게임시간 선택제를 이용 중이다. 업계 전언으로는 게임시간 선택제 자체를 모르는 학부모와 청소년이 태반인 가운데 실질적인 이용률도 1%가 채 되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김영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강제 셧다운제 시간을 제외한 부분만 선택한다 해도 (이용률이) 아무래도 저조한 것이 사실”이라며 “부모님들에게 교육이나 홍보도 잘하고 청소년 간에 소통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하면서 게임문화재단을 통해 일괄적으로 한 번에 선택제를 할수 있도록 편리성을 높이는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홍 숭실대 교수(전 게임물관리위원장)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빌미로 자율권을 옥죄면 미래 비전은 없을 것”이라며 “결국엔 (게임시간 선택제가 없는) 완전 자율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한국이 콘텐츠 장악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치지 못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4차 산업으로 가는 시대엔 청소년들의 자율권을 옥죄기보다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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