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헌 수사, 부실로 시작해 부실로 끝났다

  • 등록 2014-07-22 오후 6:15:26

    수정 2014-07-22 오후 6:15:26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확인되면서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참사 직후 특별수사팀을 꾸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그러나 잇단 오판과 실수로 수사당국의 무능을 민낯 그대로 드러낸 채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 관련 검찰 수사는 초기 대응부터 미숙했다. 검찰은 참사 발생 4일 뒤인 4월 20일 특별수사팀을 구성, 세월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씨 일가와 측근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신병 확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검찰은 종교 지도자이자 비교적 큰 기업의 회장을 지내는 등 사회적 지위가 있는 유씨와 유씨 일가가 도피 행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뒤늦게 유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국가기관이 총동원됐으나 결국 불발로 끝났다. 수사당국은 검사 15명을 포함한 검찰 인력 110명과 전담 경찰관 2600여 명을 동원, 은신처 수색과 검문 검색에 실시했다. 안전행정부는 ‘유병언 검거 반상회’를 개최했고 군 당국 또한 유씨의 밀항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항만 일대에서 수색 활동을 지원했다.

그러나 유씨는 이미 지난달 12일 변사체로 발견돼 순천시내 장례식장 영안실 냉동고에 방치된 상태였다. 경찰은 농민 박모(77)의 신고로 유씨의 시체를 확보했으나 노숙자의 단순 변사로 판단,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경찰이 노숙자 변사로 판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유씨의 사체가 마지막으로 종적이 확인됐던 순천 송치재 휴게소 부근 별장에서 불과 2.5㎞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는데도 경찰은 유씨일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또 유씨가 즐겨 먹었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계열 한국제약에서 생산한 스쿠알렌병과 유씨의 자서전 제목과 같은 ‘꿈같은 사랑’이라는 글씨가 안쪽에 적혀 있는 가방 등 유류품을 확보하고도 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

아울러 유씨의 시체가 발견 당시 더러워지기는 했지만 고가의 명품 의류와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를 간과한 채 노숙자로 판단했다는 것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담당 검사와 부장 검사 또한 유씨와 연관성이 있는 유류품 목록을 보고받고도 이를 대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초동 대응 미흡에 대한 책임을 물어 우형호 순천경찰서장과 담당 형사과장을 직위해제하고 과학수사팀장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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