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넘어선 론스타…정치권 '눈치'본 당시 금융당국"

법무부,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요지서 공개
‘론스타, 가격인하 여지 줬지만…당국 방식 잘못됐다’
다수의견 ‘금융당국 정치적 동기에 규제 악용’ 판단
소수의견 ‘정부 차원 매각가격 인하 압력 증거없다’
  • 등록 2022-09-06 오후 4:06:57

    수정 2022-09-06 오후 9:52:31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사건 중재판정부는 우리 금융당국이 ‘정치적 동기’를 갖고 규제 권한을 악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러한 ‘정치적 동기’가 실제 권한 악용으로 이어졌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판정부 소수의견에 초점을 맞추고 판정 취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및 론스타 CI.
법무부는 6일 우리나라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 사건의 판정문 요지서를 공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086790)에 매각할 당시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미루고 매각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건이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관련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상황이라 인수 승인이 지연됐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판정요지서에 따르면 중재판정부 다수의견은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에 비춰 ‘먹튀(Eat and Run)’ 행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속이고 튀기(Cheat and Run)’ 행위를 벌였으며 금융당국이 매각가격 인하를 도모할 여지를 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한국 금융당국 역시 자의적·비합리적으로 매각승인을 보류하는 ‘지켜보기(Wait and See)’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양측 책임이 동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판정부는 금융위의 인수승인 심사 지연 행위가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규제 권한을 악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론스타는 당시 국내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가격 인하 이후 자축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하나금융 관계자가 론스타 관계자에게 ‘(매각)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의 정치적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며 언급한 사실도 증거로 제출됐다.

반면에 판정부 소수의견은 정부 차원에서 매각가격을 인하하라는 압력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격 인하를 위한 ‘암묵적 압력’은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직접증거인 하나금융과 금융위 측 증인들은 금융당국의 가격 인하 개입을 일관되게 부인한다는 것이다. 특히 론스타가 증거로 제출한 언론 기사의 증명력은 제한적이고, 해당 기사 자체를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금융위 증인 및 내부문건들로부터 금융위가 가격 인하 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점 △금융위는 매각가격은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적으로 취한 점 △하나은행 측은 매각 가격이 인하되면 금융위가 이를 반길 것으로 추측했을 뿐이라는 점 등이 우리 정부에 유리한 판단 요인이 됐다.

설령 정부의 매각가격 인하 압력이 있었더라도 이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스템 관리 책임이 있으며, 판정부 다수의견은 이런 역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판정문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취소 신청 승산을 따져보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달 31일 “판정부 소수의견을 보면 끝까지 다퉈볼만 하다. 피 같은 세금이 한 푼도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판정 취소 절차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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