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밀키트 시대 활짝…"저렴한데 신선하니 얼마나 맛있게요"

횟집·마트로 판매 한정…시장 8020억원 수준 정체
해수부, 중소·중견기업 밀키트 개발·판매 지원
광어회부터 세비체·물회·회덮밥·회무침 등 다양
2030년 관련 시장 1200억 확대 계획…4배 성장 목표
  • 등록 2022-02-07 오후 3:30:17

    수정 2022-02-07 오후 3:30:17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회가 먹고 싶었다. 아쉽게도 식욕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광어회 1kg에 3만6000원부터 5만원까지 가격 부담이 너무 컸다. 설사 단가가 낮다고 해도 양이 많았다. 혼자 먹을 거라서 소(小)자면 충분하지만 1kg 이하는 팔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해양수산부가 지원하는 숙성 광어 물회, 회무침, 회덮밥, 세비체 밀키트 상품 (사진=임애신 기자)
요즘 편의점에는 도시락부터 치킨, 커피, 과일 등 없는 것 빼고 웬만한 먹거리가 다 있다지만 회는 예외다. 일부 편의점에서 과메기·홍어 등을 팔지만 안주용에 국한돼 있다. 편의점에서 미리 회를 주문하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지점별로 한정돼 있고, 활어를 바로 구매해 먹기를 원하는 사람의 요구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

회는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런 존재인 셈이다. 정부가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회를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밀키트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샐러드부터 숙성회까지… 광어 밀키트 대중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해양수산부가 광어 소비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출시를 준비 중인 회덮밥, 회무침, 세비체, 물회 등 밀키트 4종을 시식해 봤다.

퇴근 후 손도 까딱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곤할 때 삼각김밥으로 때우곤 했는데 이번엔 냉장고에 보관해 놓은 광어 세비체 밀키트를 꺼냈다. 세비체는 해산물을 얇게 잘라 레몬즙 등에 재운 후 차갑게 먹는 중남미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쉽게 생각하면 샐러드라고 보면 된다.

포장을 뜯었더니 두툼한 광어회와 파프리카, 양파, 소스가 담겨 있다. 팩에 담겨 있던 거라 행여 비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레싱을 뿌리기 전에 광어회만 따로 먹어봤는데 비린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드레싱이 시트러스류이기 때문에 준비된 채소와 회 위에 뿌려 먹으면 무척 상큼하다. 광어 세비체는 식이 조절을 해야 하거나 체중을 줄이고 싶은 다이어터라면 영양을 충족하면서 목표 달성도 가능한 최고의 저녁이다.

광어 세비체는 샐러드의 일종으로 저녁에 체중 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겐 제 격인 음식이다. (사진=임애신 기자)
광어 밀키트는 캠핑장에서 빛을 발했다. 캠핑에서 회는 바닷가 근처에 가거나 인근 수산물 시장에 들러 사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이런 이유에서 으레 고기를 구워 먹곤 했는데, 이번에는 회덮밥과 회무침을 들고 갔다. 숙성된 회를 자연 속에서 먹는 기분은 단연 최고다. 캠핑장에서 짐과 설거지감을 줄이고 싶다면 광어와 채소 등이 담겨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접시로 쓰는 것도 방법이다.

광어 물회 키트는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에 제 격이다. 회와 채소는 속에 큰 부담이 없는 데다 매콤한 육수가 국물이 당길 때 이를 해소해준다. 속이 좀 허하다 싶을 때는 물회에 소면을 삶아서 넣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처음에 회를 밀키트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회가 부실하게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는 비싸다’는 생각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서다. 그런데 이게 왠걸. 두툼하고 넓게 썰려 있는 광어회는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밀키트라는 것 자체가 간편한 것이 특징인데 회에 접목되면 그 장점이 극대화한다.

보통 밀키트는 밀봉된 재료를 꺼내 냄비에 끓이기만 하면 완성되는데, 회 밀키트는 개봉해서 바로 먹으면 된다. 해당 음식을 먹는 데 필요한 초장, 햇반, 참기름 등이 모두 포함돼 포장돼 있어 별도로 소스를 챙길 필요도 없다. 아울러 광어 밀키트는 밥상을 차리기 지친 가정이나 집들이처럼 여러 음식을 한 번에 준비해야 할 때도 요긴하게 활용 가능하다.

(사진=임애신 기자)
광어 밀키트는 일반 밀키트보다 유통기한이 짧다. 보관도 냉동이 아닌 0~10도의 냉장으로 해야 한다. 회라는 특성 때문이다. 그렇다고 배송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보냉 상자에 아이스팩까지 담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광어 밀키트는 아직 시제품(검증 및 개선을 위해 상품화에 앞서 제작)이라서 소비자 가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홈플러스·롯데마트·탑마트 수산 무인매장과 쿠팡·마켓컬리·SSG 등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숙성 광어회가 240g에 1만6400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광어회 간편식 역시 배달 음식에 비해 가격 부담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 관계자는 “횟집에서 파는 회는 활어라서 탱크에 물을 채워서 차로 운반한 후 횟집에서 수조를 유지·관리해야 하며 회를 뜰 수 있는 고급 인력인 주방장이 필요하다”며 “밀키트는 공장에 배송해서 자동화 설비로 운영해 비용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단, 가격은 횟집에서 회 판매 가격이 ‘시가’(경제 시장에서 상품이 매매되는 가격)인 것처럼 산지업체 가격 등에 따라 바뀔 예정이다.

광어 판매 넓힌다…간편식 시장 1200억 확대

이처럼 해수부가 밀키트 사업 지원에 나선 것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2019년 산지에서 넙치(광어) 가격이 떨어져 넙치를 폐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데도 횟집이나 수산시장에서는 광어 가격이 너무 비싸게 판매돼 소비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광어 가격이 폭락하자 양식 어가들은 양식 물량을 줄였다. 그 결과 광어값은 껑충 뛰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1월 기준 1㎏당 광어 도매 가격은 2020년 1만675원에서 올해 1만6532원으로 53% 넘게 올랐다.

광어(넙치) 생산지 물가지수와 소비자에 판매되는 물가지수 비교 (자료=해수부)
광어는 ‘국민 회’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횟감이다. 해수부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가 발표한 ‘2021 상반기 수산식품 소비 트렌드 분석‘ 결과를 보면, 넙치 선호가 73.7%로 가장 높다. 하지만 넙치 판매 시장이 횟집·마트 등으로 한정된 탓에 넙치 횟감 시장은 8020억원 안팎에 정체돼 있다. 광어회를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밀키트 등으로 횟감 판매 경로를 확대하면 양식 어가와 소비자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해수부의 판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1인 가구, 고령 인구 증가 등으로 배달해 먹거나 간편식을 주문하는 방식으로 식문화가 바뀌는 점도 고려했다.

해수부는 광어 밀키트의 온라인 판매와 수출 등 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각 기업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면 심의를 통해 해당 상품이 유망한지 판단해 업체를 선정한 후 정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넙치 간편식 제품 개발 지원을 신청한 경우 사업 지원 대상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온라인 판매와 수출 등의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올해 사업비는 총 15억5000만원으로 업체당 7000만원이 돌아간다.

해수부의 전통 넙치산업 재편을 통한 신 소비시장 개척 방안 (자료=해수부)
과거에는 회를 수출하는 것이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활어 수송은 물류비가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고, 냉동회는 식감과 맛이 저하하는 데다 세균 번식 문제까지 있었다. 최근에는 해외로 회를 운반할 때 살얼음을 올리는 방식을 적용해 맛과 위생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를 통해 밀키트 제작업체인 은하수산은 지난해 12월 9000만원 상당의 광어회 5200팩을 미국으로 수출해 완판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해수부는 2030년까지 넙치 간편식·가공원료 시장 규모를 현재의 약 4배인 1200억원으로 늘리고, 해외 유명 e-커머스 플랫폼 입점을 위한 시장 조사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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