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도 힘든 '초1 담임' 등떠밀려 맡는 교사들

갓 입학한 학생들에게 단체생활·규칙 학습시켜야
학교 생활기록 없어 학생 개개인 파악도 어려워
업무 배정 시 신규교사에게 초1 담임 전가되기도
"신규교사에게 기피 담임 떠넘는 관행 개선해야"
  • 등록 2023-09-26 오후 4:30:10

    수정 2023-09-26 오후 7:47:28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베테랑 교사들도 맡기 어려워하는 학년으로 꼽힌다. 유치원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학교의 단체생활·규칙을 학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전의 학교 생활기록도 없어 학생 개개인에 대한 파악도 어렵다. 이 때문에 업무 배정 시 신규 교사에게 초1 담임 업무가 배정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숨진 대전 모 초등학교 A교사는 2019년 당시 1학년 담임을 맡아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이 수업시간에 말을 듣지 않자 훈육했는데 학부모는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학교·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를 신고했다. 결국 교사는 1년 뒤인 2020년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스트레스 탓에 정신과 치료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에서 1학년은 난이도가 높은 학년으로 꼽힌다. 유치원 생활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처음 겪기 때문에 단체생활·규칙을 새로 지도해야 한다. 더욱이 참고할 학교 생활기록도 없어 아이들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윤미숙 초등교사노조 대변인은 “문제 학생이 있어서 학부모에게 상담을 권유하면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는 이런 얘기를 듣지 않았다’, ‘선생님과 우리 아이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숨진 서울 서이초 2년차 B교사 역시 1학년 담임을 2년 연속 맡았다. B교사는 담임 업무를 맡으면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부모 민원 등으로 시달리면서 학교 측에 10차례나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B교사 사망 이후 학교 측은 B교사가 자원해 1학년 담임을 맡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장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선 학교의 학년 배정은 1·6학년 등 업무부담이 높은 학년을 맡은 교사가 이듬해 원하는 학년·반을 우선 배정받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새로 발령받은 초임 교사나 전입 교사의 선택은 후 순위로 밀리는 사례가 많다. 초임 교사에게 1학년 담임업무가 전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사들의 잇단 극단선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청 인사발령 시 신규교사를 늦게 배정해 기존 교사들이 희망 학년·업무를 가져간 뒤 신규 교사에게 남은 자리를 주는 경우가 있다”며 “신규·저연차 교사에게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학년을 배정하고 경력이 쌓이면 힘든 학년을 배정하는 식으로 교육청이 각 학교에 지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피 학년 담임 문제는 저경력·고경력을 가리지 않고 맞닥뜨리는 문제”라며 “담임 연수를 강화하고 기피 학년 담임을 맡을 경우 보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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