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을 받고 사흘째 칩거 중인 박 원내대표는 일단 17일쯤 공식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핵심당직자들은 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은 내려놓되 원내대표직은 당분간 유지하는 방안을 놓고 의원들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이 같은 방안은 박 원내대표에게 탈당설을 철회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野, 각 계파 ‘박영선 흔들기’…비대위 노림 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20여명은 지난 14일부터 연거푸 ‘원내대표직 자진사퇴’를 촉구하기 위한 긴급의원모임을 열고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20여명의 의원들을 보면, ‘박지원계’를 제외한 모든 계파들이 모여 있다.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김현·노영민·은수미·홍영표 의원,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강기정·오영식·이원욱·최재성 의원, ‘김한길계’에 속하는 이상민·이종걸·정성호 의원, ‘고(故) 김근태계’인 우원식·유승희·이인영·인재근·진성준 의원 등이다.
이들 중 노영민·최재성·이종걸 의원은 지난 5월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박 원내대표와 경합을 벌였던 인물들이다. 특히 노영민 의원은 당시 2차 투표까지 갔지만 막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모임의 순수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많다.
몇몇 중진들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후임 비대위원장 선출 논의를 진행하면서 ‘교황선출(콘클라베) 방식’ 등을 검토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흘리는 것 역시 ’간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중도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정파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조경태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이 오게 된 데는 강경한 세력들, 계파로 특권화된 세력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며 “다시 헤쳐모여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각자의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의원 전수조사, 박 대표 복귀 ‘명분’ 줄 듯
전수조사 첫 번째 문구는 ‘비대위원장직은 당이 총의를 모아 추천하면 박영선 대표가 임명하고, 그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구는 ‘원내대표직은 세월호특별법 해결과 관련해 마지막 수습노력을 한 후 그 결과와 관계없이 사퇴한다’는 내용이다.
의원들 의견수렴 후 그 결과를 박 원내대표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박 원내대표를 만나 탈당을 만류하고 의원들의 총의를 전달해 거취 결정에 참고토록 할 계획”이라며 “의견수렴은 박 원내대표의 의중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박 원내대표가 전수조사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탈당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국회로 돌아오려면 ‘명분’을 줘야 할 것”이라며 “의원들 전수조사는 좋은 명분이 된다”고 전망했다.
문재인 의원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가 탈당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사람은 없었다”며 “그냥 심경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다 그만두고 싶다고 얘길했는데, 통상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