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2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겨레 최모 기자에게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나 범죄 정도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형 선고를 미뤘다가 2년이 지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최 기자는 지난 2012년 10월8일 고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통화를 하다 수화기로 최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현 대전 MBC사장) 등 3인이 나눈 대화를 듣게 됐다. 휴대전화 사용에 능숙하지 않은 최 이사장이 전화를 끊지 않고 탁자에 놓은채로 이진숙 본부장 등과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1심은 대화를 몰래 들은 행위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녹음은 무죄로 판단했다. 최 기자가 최 이사장과 통화를 하면서 이미 녹음을 하던 상태였기에 다른 사람과의 대화내용을 듣다 이를 녹음을 중단할 의무는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청취·녹음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생긴다”며 최기자의 청취·녹음·보도를 전부 유죄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 기자는 세 사람의 대화를 우연하게 듣게된 것이므로 통비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가 아니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 기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통비법의 적용 범위를 좀 더 명확히 했다는 측면에서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