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본지의 컬리 상장 철회 보도 이후 김슬아 컬리 대표가 꺼낸 말은 짧고 단호했다고 한다. 컬리 측은 즉각 부인에 나섰다.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컬리의 ‘정색’에 자본시장에서도 해프닝으로 결론내렸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 취재 기자들은 간간이 흘러나오는 정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
컬리의 정면 반박을 지켜본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아마 내년(올해)쯤 (상장 철회를) 말할 것”이라며 “지금 인정하면 일이 커지니 매를 늦게 맞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새해가 밝았다.
보도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입장을 뒤집은 컬리를 보며 ‘무슨 일이냐’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컬리의 대답이 흥미롭다. “그때는 틀렸는데, 지금은 맞다”는 게 골자다. 당시에는 논의가 없었는데 이후에 (논의가) 이뤄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일종의 기만’이냐, ‘설익은 의사결정’인가에 대한 판단은 독자 몫이다.
아쉬운 점은 컬리가 작금의 상황을 깊고, 넓게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영화 제목 같은 설명 대신 빠른 인정과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더해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 증시 상장 번복에 이어 국내 상장까지 은근슬쩍 말을 바꾸는 ‘IPO 번복 배송’은 이제는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