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하락시 수출 경쟁력 증대'는 옛말…대기업 영업익엔 '악재'"

산업연구원, 환율과 기업 성과 영향 분석 보고서
원화 10%↓ 땐 제조업 영업익 0.46%p 오르지만,
기술경쟁‘ 된 대기업집단은 오히려 0.29%p 하락
  • 등록 2024-03-11 오후 4:49:12

    수정 2024-03-11 오후 7:26:4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원화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이 대기업 영업이익엔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통적으로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제조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현 대기업은 이미 가격이 아닌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만큼 더는 이 공식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부 출연 연구기관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김태훈 부연구위원·한정민 연구원)을 11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같은 제조업을 포함한 대규모 기업집단은 실질실효환율이 10% 내리면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p) 내리는 것으로 추정됐다. 2006~2021년 기업활동조사를 토대로 환율 변동과 기업 영업익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이를 대기업의 수출 전략이 점차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바뀐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가령 20~30년 전만 해도 우리 제조기업은 자동차·석유제품 등을 수출하면서 일본 경쟁사와 가격 경쟁을 했고, 원화 가치 하락은 곧 경쟁력 증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반도체를 비롯한 현 주력 수출품목은 가격 경쟁보다는 누가 더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기술 경쟁이 됐고 환율 변동에 따른 가격 차이에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이들에게 원화 가치 하락은 오히려 중간재 수입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전체 제조기업은 여전히 원화 가치 하락이 가격 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한국 제조기업은 원화 가치가 10% 내릴 때 영업이익률이 0.46%p, 노동생산성 역시 0.81%p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적으론 여전히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효과가 중간재 수입 비용 증가 부담을 웃돈다는 것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인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은 환율 10% 상승 때 영업이익률 1.21%p, 노동생산성이 2.84%p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정부가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 경쟁력 확보 전략을 마련할 때 기업 업종·규모별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제조기업 성과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원자재·중간재 수입 비중이 큰 ICT 산업의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정책 대응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도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 있지만 급격한 상승 땐 부정적 영향이 큰 만큼 이에 맞는 정책적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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