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또 어떻게”…의대교수 집단사직 가시화, 환자들 ‘발동동’

의대 교수들 오는 25일 집단 사직 예고
희귀 난치성·당뇨병 환자 등 제때 진료 못받으면
"대학병원서 약·기기 처방 못받을 수도…" 우려
정부, 의료계에 복귀 촉구…필수의료 지원 방침도
  • 등록 2024-03-19 오후 4:23:12

    수정 2024-03-19 오후 7:25:44

[이데일리 황병서 이지현 기자] “약 구하기가 어려울까 봐 걱정이죠.”

스무 살 때부터 희귀 난치성 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최근 걱정이 많아졌다. 척추 관절에 반복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이 병은 내버려두면 등이 굽고 목이 뻣뻣해져 대학병원에서 3개월마다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면서 김씨는 당분간 약을 처방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김씨는 이미 한번 위기를 느꼈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이 있었던 지난달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는데 대형병원 진료가 늦어져 일주일간 치료제 없이 고통을 참아야만 했다. 김씨는 “전공의 파업으로 진료가 늦어진 바람에 치료제를 제때 구하지 못해 허리가 많이 아팠다”며 “의대병원 교수마저 사직서를 내겠다고 하면 다음 번에 치료제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와 환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사진=뉴스1)
“다음주 괜찮을까요”…당뇨병 환자들도 걱정 태산

이처럼 수술을 앞둔 환자뿐만 아니라 김씨와 같은 기저질환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집단 사직에 돌입한 전공의에 이어 의대병원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 행동을 예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각각 교수 총회를 진행하고 오는 25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전공의 이탈에 급감한 수술과 신규환자 입원 거부 등 문제가 지속한 상황인데 교수마저 빠지면 기저질환자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대학병원에서 약과 주사기 등을 처방받아야 하는데 진료가 늦춰지거나 오랜 대기를 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김모(32)씨도 걱정이 크다. 이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탓에 혈당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1형 당뇨에 맞는 인슐린과 함께 주사제, 연소 혈당 측정기를 처방받아 이용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의료 파업으로 이달 5일부터 한시적으로 인슐린을 제외한 소모품은 처방전 없이 이전의 이력을 가지고 처방받을 수 있게 됐으나, 인슐린은 여전히 대학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한다. 김씨는 “현재는 문제가 없지만 의료 파업이 장기화하면 진료가 연기되고 일부 대학병원에 저 같은 환자들이 몰려 긴 대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도 기저 질환자들의 걱정이 이어졌다. 대학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매주 당일 접수만 하고 약을 타오는데 아직 교수 파업에 따른 공지된 것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25일 이후에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다음 주에 약을 한 번 타러 가야 하는데 못 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서 “언제 잠잠해지고 해결이 될지, 어서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인근 약국도 의대병원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행동이 실제화되는 것은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이로 인한 파급 효과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수 있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구 한 대학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교수들까지 사직에 나설 경우 대학병원 근처 약국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교수들 파업까지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정부 “지금이라도 환자 곁으로 돌아오길”

정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에게 현장에 복귀할 것을 연일 권유하는 한편 교수들의 집단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전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환자를 향한 그 마음과 의사로서의 직분보다 더 큰 명분은 없다”며 “지금이라도 환자 곁으로 돌아와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차관은 교수들을 향해 “무책임하게 환자를 버리고 떠난 제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마땅한 일이며 국민이 기대하는 바”라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 설득과 함께 필수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에도 나선다. 현재 정부는 분만과 소아 인프라 붕괴를 막고자 분만과 소아 분야에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우선 도입하고 있는데 수술과 응급분야 등 이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박 차관은 “의료현장에서 오랫동안 불공정 보상으로 지적된 수술, 응급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시간에 대해 추가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심뇌혈관 질환 응급 수술 시 의사,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수술 준비·시행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도 보상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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