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다양성 실종' 비례대표, 금배지 지름길로 전락

비례, 소수 배려·전문가 등용문 역할
22대 총선서 다양성도, 전문성도 사라져
이대로라면 제도 폐지가 답일 수도
  • 등록 2024-03-21 오후 5:17:51

    수정 2024-03-21 오후 7:10:54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비례대표 제도는 국회 내 다양성과 전문성, 직능 대표성 등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졌다. 조직과 돈이 필요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들기 어려운 소수자나 전문가 등에게 국회에 입성할 길을 텄다.

정당이 비례 후보를 제시하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수를 배분하는 지금의 제도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실제 국회는 다양성이 반영됐다. 17대 국회에선 시각장애인 정화원·여성장애인 장향숙 의원이 탄생했고 19대 국회에서 탈북민 출신인 조명철 의원과 귀화한 이자스민 의원이 입성했다. 류호정 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20대 입성이라는 최연소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던 배경도 비례였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13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비례는 각 분야 전문가의 등용문이기도 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재완 전 경제부총리·이주호 사회부총리·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 등 요직을 거친 이들 모두 17대 국회에서 비례로 정치에 입문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다양성과 전문성을 반영하자는 비례 제도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국민의힘은 비례 후보 공천 과정에서 ‘호남 홀대론’이 불거졌다. 국민의힘 당규엔 비례 후보 20위 이내 4분의 1을 정당득표율 15% 미만 지역 인사로 채우도록 돼 있지만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장은 “국민의미래 (당규엔) 없다”고 선 그었다. 지난 20일 뒤늦게 비례 명단이 정정됐지만 ‘영남당’에 벗어나겠다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과학기술 정당을 표방했던 개혁신당은 정작 비례 후보 명단에 관련 전문가는 제외돼 논란이 됐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첨단과학기술 인재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부했다.

제3지대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조국혁신당도 비례 후보 명단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당장 조국혁신당 비례 2번인 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받았고 비례 8번인 황운하 원내대표는 1심에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1번)·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10번)도 각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중, 2심 재판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시민사회·진보당 등과 연합해 만든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도 진보정당 ‘험지’인 대구·경북(TK) 후보가 후순위에 배치됐을 뿐 아니라 시민사회·진보당 추천 인사를 두고도 잡음이 계속된다.

이대로 라면 22대 국회 비례대표는 앞으로 비례제 존폐를 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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