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사도 함께 춤추고 노래…"이게 진짜 배리어프리 공연"

국립극장 기획공연 '합★체' 14일 개막
수어 통역·장면 해설도 공연 요소로 활용
홍준기·강은일, 저신장 배우 김유남과 호흡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힘과 위로 전하고파"
  • 등록 2023-09-13 오후 6:50:00

    수정 2023-09-13 오후 7:30:45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땅에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힘, 절대 깨지지 않고 힘차게 튀어 오를 수 있는 힘!”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내 연습실. 10여 명의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춤을 추고 노래하기 시작했다. 국립극장 기획공연 음악극 ‘합★체’(이하 ‘합체’)의 한 장면. 주인공 ‘체’가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 ‘좋은 공’이다.

국립극장 기획공연 음악극 ‘합★체’ 연습 장면. 합 역 수어 배우 안선주(왼쪽부터), 합 역 홍준기, 아빠 역 김유남, 체 역 강은일, 체 역 수어 배우 송윤이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배우들의 군무가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다르다. 배우 중 일부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배우들의 대사를 수어로 전하는 수어 통역사들. 평소 무대 한구석에 서 있던 수어 통역사들이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연기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합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수어 통역, 장면 해설, 자막 등을 제공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이다. ‘맨홀’,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진지한 문제의식과 개성 있는 문체로 묵직한 질문을 던져온 박지리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을 무대화했다. 지난해 초연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작품은 또래보다 유난히 키가 작아 주위의 놀림과 따가운 시선을 겪는 쌍둥이 형제 ‘합’과 ‘체’가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계도사’로부터 키가 커지는 비법을 전수받아 수련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존 배리어프리 공연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무대가 특징. 수어 통역, 장면 해설까지 공연의 한 요소로 활용한다. 일반적인 배리어프리 공연은 수어 통역사가 무대 한구석에서 서 있거나, 배우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합체’에서는 수어 통역사들이 배우들과 무대에서 함께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장면 해설 또한 라디오 DJ 지니라는 등장인물이 맡아 극의 이해를 돕는다.

국립극장 기획공연 음악극 ‘합★체’ 연습 장면. 합 역 수어 배우 안선주(왼쪽부터), 합 역 홍준기, 체 역 강은일, 체 역 수어 배우 송윤이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배우들도 ‘합체’가 “‘배리어프리’ 공연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줄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공연에는 뮤지컬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 홍준기(29), 강은일(28)이 주인공인 ‘합’과 ‘체’ 역으로 출연한다. 저신장 배우로 뮤지컬, 무용 등에서 활약해 온 김유남(30)이 ‘합’과 ‘체’의 아버지 역을 맡았다.

홍준기, 강은일은 이번이 첫 배리어프리 공연 도전이다. 연극, 무용에 비해 뮤지컬은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홍준기는 “수어 통역사와 함께 연기를 해야 해서 동선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강은일도 “보기 좋고, 듣기 좋고, 재미만 있다면 ‘배리어프리’ 공연도 충분히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유남은 ‘합체’가 다양한 장애와 상관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점에서 다른 배리어프리 공연과의 차별점을 찾았다. 김유남은 “처음엔 수어 통역과 음성 해설 등 관객에게 전달하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헷갈리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이러한 정보들이 오히려 작품을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해 흥미롭다”고 말했다.

‘합체’는 한 편의 청춘영화 같은 유쾌한 성장담을 보여준다. 어떤 시련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 내면의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배우들은 “살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임을 이야기하는 작품을 통해 힘과 위로가 되는 시간을 전하고 싶다”며 “배우들이 마지막까지 열심히 몸부림치는 모습을 통해 관객이 좋은 에너지를 얻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국립극장 기획공연 음악극 ‘합★체’ 연습 장면. 아빠 역 김유남(가운데)이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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