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13년전 지병 재발” 공식 사의표명…8년 장기집권 폐막

아베 총리, 13년 전과 같은 궤양성 대장염에 또 발목
건강악화 원인…지지율 하락·경제악화 등 지목
차기 총리는 누구?…자민당 내 포스트 아베 경쟁 본격화
  • 등록 2020-08-28 오후 8:46:53

    수정 2020-08-28 오후 8:46:53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김보겸 기자] 약 8년 간 이어졌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장기 집권이 막을 내렸다. 28일 아베 총리가 직접 사임을 표명하면서다. 13년 전 그를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던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여론 악화, 지지율 급락 등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집권 자민당은 ‘포스트 아베’을 위한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 13년 전과 같은 궤양성 대장염에 또 발목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초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확인됐다며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내 건강에 대해 얘기하자면 13년 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확대로 사임해 국민들께 실례를 끼쳤던 적이 있다. 당시 신약이 나와 몸 상태도 좋아지고 총리직도 다시 할 수 있었다”며 운을 뗐다.

아베 총리는 17세 때부터 궤양성 대장염을 앓기 시작했으며, 정계 입문 후 치료를 위해 3개월간 입원한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1차 내각 시절에도 지병 악화로 1년 만에 조기 퇴진한 바 있다. 2009년 발매된 신약 ‘아사콜’로 건강을 회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2012년 9월 당 총재로 선출된 뒤 같은 해 12월 중의원 선거 승리를 통해 총리로 복귀했다.

아베 총리는 “8년 동안 총리직을 열심히 수행해 왔다. 그런데 지난 6월 재발 징후가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고 약 처방을 받으며 전력으로 치료했지만 지난달 중반부터 몸 상태가 매우 안좋아졌다. 현재 처방받는 약 외에도 새로운 약을 또 투여하게 됐고, 검진때 효과가 있다고 듣긴 했지만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안심해선 안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건강 이상설’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달초 “아베 총리가 지난달에 피를 토했다”는 한 주간지 보도 이후 아베 총리가 최근 2주 연속 게이오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아베 총리는 “7년 8개월 간 정치인으로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해왔다”면서 “(하지만) 병을 안고 치료를 받으면서, 건강 상태가 만전이 아닌 상황에서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 즉 결과를 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 국민 여러분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이상 총리직을 계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총리직을 내려놓겠다”사임 이유를 전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총리직 지속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대로 치료를 계속 해가면서 총리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계속 좋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답했다.

건강악화 원인…지지율 하락·경제악화 등 지목

일본 언론들은 그의 지병이 재발·악화한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따른 지지율 급락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목하고 있다.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됐음에도 정치적 동력을 잃고 불명예 퇴진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노믹스마저 무색케 만든 코로나19 위기가 일본 경제를 악화시킨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 2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7.8% 감소했다.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8%로 전후 최악을 기록했다. 수년 간 공들였던 도쿄올림픽이 사실상 무산됐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최대 과제인 코로나19 대책에 장애가 생기는 일은 피해야 한다. 7월 이후 감염 확대에 대비해 겨울 전에 대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대책을 시행하려면 지금 사퇴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러시아 평화조약, 헌법개정 등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총리직을 내려놓게 돼 정말 유감스럽다. 다음 총리는 인명 등을 생각해 정책을 펼쳐나가길 바란다”며 “어떻게든 건강 관리를 잘해 새 내각을 지지하는 한 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그동안 날 응원해준 국민들 덕분에 7년 8개월 동안 일을 할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한 뒤 “정말 감사드린다. 그런 지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임기를 1년 남겨둔 채 여러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임하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AFP)


차기 총리는 누구?…자민당 내 포스트 아베 경쟁 본격화

집권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정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기 당 총재 선출을 서두를 것으로 관측된다. 당내 각 파벌들은 이날 저녁 긴급회동을 갖고 차기 총재 선출 및 향후 정국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이날 차기 총재가 결정될 때까지는 총리 및 자민당 총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후계자 및 차기 총재 선거 일정 등을 묻는 질문에 “자민당 총재 선거는 내가 얘기할 게 아나다. (후계자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말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모두 유망하다. 나도 내각에서 함께 일해 봤다. 각자 여러 정책을 해나가는 데 있어 기대할만 하다”고 덧붙였따.

차기 총리 후보로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최근 들어선 스가 장관이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스가 장관은 아베 2차 정권 출범 후 7년 8개월 간 ‘위기관리인’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로 아베 총리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총재 후보로 언급했던 인물이다.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가 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해온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진두지휘, 입지를 키웠다.

기시다 정조회당도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 총리와 초선 동기(1993년 중의원)에다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을 지내며 아베 총리와 호흡을 맞췄다. 다만 일본 유권자들의 지지가 약해 당내에선 그를 앞세워 다음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전 간사장이 총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그는 일본 유권자들이 차기 총리감으로 여기는 의원 1위에 손꼽힌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견제를 받는 등 자민당 내에서는 세력이 약하다.

현 내각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스가 장관이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차기 총리를 맡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아베 총리의 보수적 견해를 일부 공유한다는 점에서 후보로 꼽히기는 하지만 39세인 그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아베 총리의 자리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외에도 고노 다로 방위장관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근 일왕 모계 승계 검토 필요성을 밝히는 등 보수적인 당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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