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vs "사과부터"..'핏대'세운 南北, 전쟁 언급도

  • 등록 2015-08-25 오후 6:15:59

    수정 2015-08-25 오후 7:12:34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박 4일간, 장장 43시간 이상의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 타결할 때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때 협상장에서는 고성이 새어나왔고, 심지어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언급됐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막판 극적 합의에 이른 건 어떻게든 물리적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데 양측이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朴 vs 金, 사실상의 정상회담

이번 남북 ‘2+2 고위급’ 접촉은 사실상의 남북 정상 간 ‘기세’ 대결 모양새로 흘렀다.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책 약속이 먼저라는 박근혜 대통령과 확성기 방송 중단만을 요구하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 간접 정상회담이었다.

북측은 협상 과정에서 도발 자체를 전면 부인하며 확성기 방송의 중단만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고 존엄의 모독이자 자신들의 체제 유지의 최대 걸림돌인 확성기 방송에 대한 김 제1위원장의 반감은 극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확성기 중단 외에는 다른 요구조건은 거의 내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북측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등 2가지를 꼽았다. 이 약속이 없다면 그 어떤 ‘당근’도 내놓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셈이 됐다.

두 정상의 팽팽한 기 싸움이 이번 고위급 접촉이 마라톤협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실제로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 모두 회담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쟁점 사안에 대한 지시를 내렸고, 결국 회담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 내용의 자구 하나까지 손보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도 김 제1위원장의 실시간 지시를 받았다.

고성에..한때 ‘전쟁’까지 언급

양측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신경전도 치열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번 접촉 과정에서 황 국장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연평도 포격 등 과거 북한의 도발을 지적하며 북측의 책임을 강하게 추궁했다. 더 나아가 목함지뢰 폭발 관련 사진을 내보이며 “우리 국민의 부상을 두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황 국장과 김 비서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태도를 보이자, 김 실장은 “나는 전군을 지휘했던 사람”이라며 강하게 몰아붙였다고 한다. 달변인 홍 장관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이에 대해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안 보이면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며 거들었다.

북측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 요구는 협상 초반 받아들였으나, 재발방지 약속 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결국 공동보도문 제3항에 언급된 확성기 중단 방침에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이라는 단서를 붙여 사실상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특히 북측은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심리전을 영구 중단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자는 요구를 추가로 들고 나오면서 협상은 막판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전하던 협상은 양측 수석대표인 김 실장과 황 국장의 비공개 독대를 통해 반전됐다고 한다. 이후 양측은 24일 오전께 절충점에 찾아 ‘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최종 재가를 받는 과정에서 또다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진통은 25일 새벽 0시55분 막판 합의안이 도출될 때까지 계속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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