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에 16번 등장한 시진핑, 리창 총리는 ‘충실한 수행자’로

기자회견 사라진 총리, 전인대서 ‘시진핑·당 중심’ 강조
시진핑 3기 정부 1인 체제 강화, 공산당 정책 장악 확대
“고위급 인사와 대중 접점 줄여, 통제 강화하려는 목적”
  • 등록 2024-03-05 오후 5:19:05

    수정 2024-03-05 오후 7:06:26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사상 최초로 시진핑 3기 정부 출범 1년을 맞은 양회에서 시 주석의 존재감이 다시 드러났다.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얼굴 역할을 하던 국무원 총리의 자리는 위축되면서 한때 ‘시진핑의 대항마’로 불렸던 고(故) 리커창 전 총리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 제14기 2차 회의 개막식에서 리창(오른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AFP)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4기 2차 회의 개막식에서 발표된 리창 총리의 업무보고서에는 시진핑을 총 16차례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전인대의 리 전 총리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14차례보다 2회 많은 수준이다. 그보다 앞서 2020~2021년 리 전 총리 업무보고에서 시진핑이 언급된 횟수는 각각 12회에 그쳤다.

‘당 중앙’이라는 표현도 지난해 9회에서 올해 13회로 크게 증가했다. 당 중앙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올해 ‘당 중앙의 결정과 안배를 잘 이행(관철)한다’는 표현이 늘었기 때문인데 당 중심의 정책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의 집행자·행동파·충실한 행동가가 되겠다”고도 강조했다.

전인대 개막식은 통상 최고 지도자인 주석의 별도 발언은 없고 중국 국가 권력 서열 2위인 총리의 업무보고로 채워진다. 그만큼 총리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자리인데 시 주석에 대한 예우가 더 드러난 것이다.

처음 전인대 업무보고를 맡은 리 총리의 발언은 10여년간 총리직을 수행한 리 전 총리와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리 전 총리는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6억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8만5000원)이 안돼 집세를 내기도 어렵다”는 직언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발언은 중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시 주석의 견제를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총리로 시선이 집중되는 현상을 우려한 듯 이번 전인대에서부터는 폐막 때 기자회견을 열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몇 년간 총리 기자회견이 없을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 제14기 2차 회의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AFP)


총리의 ‘색깔 지우기’는 시진핑 3기 정부에서 당정 분리 관행을 지우면서 시진핑 1인 체제를 강화하는 과정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최근 공산당이 금융 감독을 총괄하는 등 정책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산하고 있다.

이번 전인대에서도 국무원조직법 중 ‘국무원은 총리 책임제를 실시한다’며 총리에 일정 독립성을 보장했던 내용을 ‘국무원은 중국공산당 지도를 견지한다’며 당 우선으로 바꾸는 작업도 벌였다.

외부에서도 양회에서 총리 기자회견 폐지가 시 주석의 중앙 집권적 통제를 강화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총리의 가시성을 줄여 시 주석의 위상을 강화하고 외국 정부·기업이 공산당 경영 분석력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총리에 대한 일련의 조치가 시 주석과 갈등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국립대 정치학자인 웬티 성은 로이터통신에 “시 주석이 리 총리를 불신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통제하려는 노력”이라며 “시 주석은 정책 설계자 역할을 하고 리 총리가 충실한 시행자를 맡겠다는 것은 충성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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