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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건보공단 정규직화 통과한 날 공공기관 14곳 비정규직 유지

고용부 비정규직TF, 공공기관 15곳 정규직화 타당성 검토
건보공단 외 14곳 비정규직 유지…조세硏 심사 통과 못해
"유사업무에 신분 差…정규직화 책임 떠넘긴 정부 무책임"
"노동이사제 도입되면 비정규직 정규직화 더 어려울 수도"
  • 등록 2021-12-02 오후 4:12:47

    수정 2021-12-02 오후 4:34:56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콜센터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결정이 고용노동부의 타당성 심사를 통과한 날 공공기관 14곳은 민간위탁 사무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7월 30일 오후 강원 원주시 건강보험공단 앞 농성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명확한 기준 없이 각 기관에 정규직화를 떠맡긴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신분의 차이가 발생한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건보공단 정규직화 통과한 날, 공공기관 14곳 “비정규직 유지”

2일 고용노동부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고용부는 비정규직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제출한 민간위탁 사무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한 타당성 검토 결과를 의결했다. 이번 비정규직 TF 회의에는 콜센터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건보공단을 포함해 총 15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한 타당성이 검토됐다.

민간위탁 사무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3단계에 해당한다. 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정규직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1~2단계에 해당하는 청소 용역 근로자 등 파견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 약 2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3단계에 들어서 한계에 부딪혔다. 민간위탁 사무 특성상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한 일률적 기준을 설정하고 구속력 있는 지침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2단계 전환 대상이었던 파견·용역업무와 3단계인 민간위탁 사무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논란이 되는 등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무의 경우에는 반드시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 구성 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친 뒤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심층 논의가 필요한 사무로는 △콜센터 △전산유지보수 △생활폐기물수집·운반 △수도 및 댐 점검·정비 등이다.

이날 회의 결과에 따르면 1600여명의 콜센터 근로자를 소속 기관 설립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한 건보공단 외 14곳은 모두 민간위탁 사무 근로자에 대해 비정규직을 유지하도록 결정했다. 중앙행정기관으로는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전산유지보수 근로자를 민간위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달 17일 고용부 비정규직 TF 타당성 검토 결과(자료=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공공기관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전북대학교 등 12곳이다. 다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전산유지보수 근로자 중 일부를, 울산광역시는 콜센터 근로자를, 제주도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근로자를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날 타당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내·외부 전문가 협의기구는 구성했지만,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타당성 검토 결과에 대한 근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기준 없이 정규직화 떠넘긴 정부 무책임”

문제는 공공기관마다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근로자마다 신분 차이가 발생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콜센터 근로자는 정규직인 반면 같은 공공기관인 기업은행이나 공영홈쇼핑 콜센터 근로자는 비정규직을 유지하는 셈이다. 이는 정부가 민간위탁 사무 근로자의 정규직화 책임을 개별 공공기관에 떠넘겼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비정규직 상태인 근로자들은 차기 정부 초기부터 차별시정이나 정규직화 요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과 같이 용역으로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것도 비정상적이지만, 무조건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각 공공기관 노사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신분에 대해 능력껏 알아서 결정하라는 정부 방식은 무책임하다”며 “직무나 기관 성격을 판단해 정부가 권위를 가지고 조정해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위탁 사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보공단 사태 때와 같이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연대성을 강조하면서도 한 기업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현재도 만연한 상황”이라며 “노동이사제로 노조가 공공기관 경영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정규직 중심 노조가 비정규직의 전환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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