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현물 출자,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간 통합을 합의했다. 통상적인 기업 결합 형태가 아닌 각자 상대 지주사의 지분을 취득해 동등한 지위의 경영 체제를 갖게 되는 방식이다. 대주주 지분 맞교환 방식의 기업 합병 형식은 해외에서는 자주 보이지만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공시에 따르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약 27%를 인수하고,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의 지분 약 10.4%를 취득한다. 인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의 1대주주가 된다. 이에 따라 양쪽 그룹은 통합지주회사를 만들어 각자 대표 체제로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은 양사의 사업적 시너지 창출뿐 아니라 한미약품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 오너가의 현재 잔여 상속세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이번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매각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해에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M&A가 이뤄지는 사례가 속속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대표적으로 동아에스티는 3세대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 기업 앱티스를 인수해 종속회사로 편입시켰다. 앱티스는 1000억원 정도의 가치로 평가받던 바이오회사로 이후 동아에스티가 추가 지분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광동제약도 지난해 말 건강기능식품 회사 비엘팜텍의 자회사 비엘헬스케어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한편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양사의 기업 결합은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 결정에 반발하며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차남인 임종훈 사장 외 우호지분과 함께 본격적으로 분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