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망, 왜 반복될까?[궁즉답]

응급실서 재이송된 사례 7634건 달해
응급실에 가득한 경증환자…“인프라 붕괴”
솜방망이 처벌에 응급환자 이송 거부도
전문가 “근본적 대책은 의사 정원 확대”
  • 등록 2023-05-31 오후 5:38:44

    수정 2023-05-31 오후 5: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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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1일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수술할 병원을 찾아다니다 구급차에서 숨졌다고 합니다. 인근 대형 병원들이 병상이 없다고 받아주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총 11곳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70대 노인이 오늘(31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2시간 동안 병원 11곳을 돌아다니다 결국 사망했습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한 것입니다. 지난 3월에는 대구에서 추락한 10대 여학생이 응급실을 뺑뺑이 돌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응급실에 갔는데도 거부당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하는 사례는 2021년 기준 7634건에 달하는 것입니다. 과연 원인은 무엇일까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해 11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했다.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뺑뺑이 사망의 원인으로 응급의료 인프라의 붕괴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오늘 입장문을 통해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의뢰한 병원의 배후 진료 능력 부족 때문”이라며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자원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인프라 붕괴의 원인으로는 경증환자가 지목됩니다. 경증환자가 응급실에 오며 의료 인력과 병상 모두 부족해진다는 것입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응급실에 오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응급실에 오며 의료 체계가 무너진다”며 “그러다보니 병원은 여력이 없어지고 환자를 거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의사회는 “상급종합병원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해 경증 환자 119 이송금지 및 상급병원 경증 환자 이용금지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내원을 원칙적으로 봉쇄하고 남은 여력으로 중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응급환자 이송을 거부하는 병원들에게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구에서 추락해 사망한 10대 여학생의 경우 4개의 병원에서 별 다른 이유 없이 이송을 거부해 보건복지부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외국에서 응급환자 (이송을) 거부하는 경우 환자당 수억원을 보상해줘야하고 벌금까지 물어야 한다”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진료 거부를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대구 10대 여학생 사건에서 이송을 거부했던 병원 중 한 곳은 과징금 3674만원과 보조금 4800만원 지급 중단에 그쳤습니다.

이같은 사건이 반복되며 오늘 당정은 응급실 뺑뺑이 재발을 막기 위한 긴급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정은 ‘지역 응급의료 상황실’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이송하는 환자는 병원에서 반드시 수용하도록 했습니다. 상황실이 컨트롤 타워로서 병상 등 현황을 모두 파악한 뒤 이송 거부를 막겠다는 의미입니다. 중증 환자와 경증 환자에 대한 응급진료 시스템 이원화도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응급실 진료 전 중증도를 분류해 경증 응급환자는 수용하지 않고 하위 종별 응급의료기관으로 분산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의사 정원 확대를 통한 응급인력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3.7명)보다 훨씬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고 응급의학과 정원을 3배 가까이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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