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6편] 모든 사람이 미디어다

  • 등록 2019-04-12 오후 3:47:24

    수정 2019-04-12 오후 3:47:24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예전에는 미디어 트레이닝(media training)을 언론대응훈련으로 불렀다. 국내외 기업과 조직 리더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미디어 트레이닝의 ‘미디어(media)’라는 의미는 수십년간 곧 ‘언론(press)’이었다. 언론과 기자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상황을 준비하는 훈련이 바로 미디어 트레이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미디어’라는 의미가 엄청나게 확장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기업과 조직의 리더들이 더 이상 미디어를 언론(press)에만 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이슈나 위기 케이스를 보아도, 기업과 조직 리더들이 깊이 고민하는 것은 언론을 넘어 모든 사람으로 인한 것이다. 예전에는 언론이나 기자가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최근에는 리더 주변 모든 사람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제기하는 환경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리더의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한다. 자칫 그 리더의 언행에 문제가 보이면 그 중 일부는 녹음이나 녹화를 한다. 개인의 스마트 폰 때문에 이미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리더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하 직원들, 비서, 운전기사, 회사 주변의 술집이나 식당 주인, 골프장 캐디와 종업원들, 심지어 스쳐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리더 주변 모든 사람들을 미디어로 보고 극히 주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누군가는 현 시대가 투명을 넘어 발가벗겨진(nude) 시대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예전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투명성이나 정직성이란 제3자 검증 가능 유무를 기준으로 일부 탄력적인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기준마저 사라져 버렸다.

내부에서 흔히 이슈나 위기관리 채널로 활용해 왔던 사내 메신저나 인트라넷, 그리고 문자와 이메일들은 어떤가? 사내용으로 공유한 파일이 어느새 기자의 노트북 속에 들어가 있다. 위기 대응을 위해 급박하게 지시한 메신저 내용이 모두 캡처되어 온라인에 떠돌아다닌다. 이미 사내용과 사외용이라는 분류는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 지 오래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연예인들의 일탈 사건은 어떤가? 그들이 예전부터 자신들만의 공간이라 생각하던 속에서 공유했던 많은 것들이 이미 다른 모두의 공간으로 퍼져 나가고 있지 않은가? 믿었던 그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미디어로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고발 폭로하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미디어는 언론이나 기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디어 트레이닝도 이제는 모든 사람을 의식하고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 커뮤니케이션 훈련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기업을 대표하는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훈련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예전 기자에게 하던 것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해야 하는 시대다.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하지 못할 말은 기자는 물론 어떤 주변 사람들에게도 하면 안된다. 기자를 함부로 대하면 안된다는 원칙처럼 모든 주변 사람들에게도 공히 공손해야만 된다.

내부는 물론 외부에 노출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리더들이 흔히 했던 강연이나 연설 또는 인터뷰에서도 문제 될 내용은 입 밖으로 내면 안 되는 시대다. 리더의 말이 틀린 말이냐 못할 말이냐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 당시 맥락을 기준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는 시대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리더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을 대표하는 한 개인의 어떠한 정치적 생각이나 사회 논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도 극히 주의해야 하는 환경이다.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어떤 정치적 색깔도 자신의 조직에 피해를 주게 되니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사내적으로, 사외에서도,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도 모든 기업의 리더들은 이전과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자세와 실행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환경의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만 불필요하게 발생되는 논란과 해프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에게 하루 24시간 생중계된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 화장실을 가거나 잠자리에 드는 아주 일부 시간만 예외가 적용되고, 나머지 모든 공적, 개인적 시간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생각하면 차라리 편하다. 이런 극단적 환경에서는 자신의 입과 행동만 잘 통제하면 큰 문제는 없다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입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뒤 언론이나 수많은 여론을 통제하려 시도하는 무모함은 이제 버려야 한다. 내 주변을 돌아보자.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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