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광고모델로 나섰다. 그동안 숱한 광고 제의도 한마디로 거절하던 그다. 그는 KB국민카드 신상품 ‘훈민정음’ 광고에서 세종대왕 역으로 출연한다. 광고는 2일 첫 전파를 탄다.
훈민정음 카드 출시와 맞물려 그는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을 비롯한 국민카드 직원들과 함께 경복궁을 찾았다.
그는 1979년 10 ·26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청와대 영빈관과 붙어 있는 곳에 있는 칠궁에 살았다. 칠궁은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의 동생이자 후대왕인 영조 때 만들어진 사당 겸 궁이다. 신군사정부가 들어오면서 부랴부랴 궁에서 쫓겨나 미국으로 떠났다. 그에게 궁은 또 다른 의미인 듯 했다.
“미국에 가서 남의 집 잔디 깎기, 수영장 청소 등 허드렛일로 잔뼈가 굵었습니다. 그때 하루 16시간 노동으로 지금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세월이 묻어나는 웃음을 띠었다.
그는 한때 가요 ‘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마지막 황손이자 연예인이란 시선으로 그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생계는 어려웠지만 이 모든 걸 그만두고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할 일을 생각하면 마지막 황손으로서 하루가 급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역사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역사 교육은 뒷전이고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배우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세계화도 좋지만, 우리것을 제대로 아는 것과 병행해야 합니다. 이 멋진 나라를 우리 국민이 아껴야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