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 광고모델된 사연은

국민은행, 훈민정음 카드 모델에 이석 씨
  • 등록 2013-12-02 오후 6:31:51

    수정 2013-12-02 오후 6:31:51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조선 최후의 황손 이석(72 ·사진) 씨는 경복궁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가이드의 설명에도 어떤 미동도 없이 몇 분간 그저 궁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촉촉했다.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광고모델로 나섰다. 그동안 숱한 광고 제의도 한마디로 거절하던 그다. 그는 KB국민카드 신상품 ‘훈민정음’ 광고에서 세종대왕 역으로 출연한다. 광고는 2일 첫 전파를 탄다.

훈민정음 카드 출시와 맞물려 그는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을 비롯한 국민카드 직원들과 함께 경복궁을 찾았다.

그는 1979년 10 ·26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청와대 영빈관과 붙어 있는 곳에 있는 칠궁에 살았다. 칠궁은 장희빈의 아들인 경종의 동생이자 후대왕인 영조 때 만들어진 사당 겸 궁이다. 신군사정부가 들어오면서 부랴부랴 궁에서 쫓겨나 미국으로 떠났다. 그에게 궁은 또 다른 의미인 듯 했다.

홀연히 찾은 미국 땅은 그에게 잔인한 곳이었다. 미국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삶을 ‘왕실 경험에 이은 미국 불법이민과 고국에서의 노숙자 생활’로 요약하기도 했다. 1989년 이방자 여사 장례식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적인 상실감으로 아홉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와 굴곡을 같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 가서 남의 집 잔디 깎기, 수영장 청소 등 허드렛일로 잔뼈가 굵었습니다. 그때 하루 16시간 노동으로 지금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세월이 묻어나는 웃음을 띠었다.

그는 한때 가요 ‘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마지막 황손이자 연예인이란 시선으로 그를 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생계는 어려웠지만 이 모든 걸 그만두고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그를 세상 속에서 또 한번 조명해준 것이 국민카드의 훈민정음 광고다. 세종대왕의 28대 손인 그는 한글을 모티브로 한 상품이 그 어느 광고와는 다르다는 생각으로 이번 광고에 참여하게 됐다. 이석 총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은 심재오 사장의 아이디어라는 후문이다. 그는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 역할을 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상업적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싫어 연예인도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할 일을 생각하면 마지막 황손으로서 하루가 급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역사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역사 교육은 뒷전이고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배우는 세태가 안타깝습니다. 세계화도 좋지만, 우리것을 제대로 아는 것과 병행해야 합니다. 이 멋진 나라를 우리 국민이 아껴야 하는 거죠.”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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