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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전속고발제 폐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일 한국산업조직학회·고려대 ICR센터가 마련한 ‘현 정부 공정거래정책 1년 성과와 과제’ 세미나 자리에서다.
구 부장검사는 공정위 소관 법률을 위반한 기업들에 대해선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 권한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와 검찰은 수년째 전속고발권 폐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검찰이 대외적으로 공정위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은 이례적이다.
세미나가 끝난 다음날인 20일 이뤄진 검찰의 공정위 전격 압수수색은 이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김상조 위원장 취임이후 신설한 대기업집단 전문조사조직인 기업집단국과 사건 심결을 보좌하는 심판관리관실, 조직·인사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에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공정위가 경고처리하고 고발하지 않은 사건과 재취업자 관련 일체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퇴직자 취업알선 의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바 있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특검조사에서 “대기업 측의 요청이 있으면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희망하는 직원을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 직원의 고문직 취업은 약 20년 정도 됐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대기업이 공정위에 기업집단 신고 과정에서 허위자료 제출이나 신고누락을 했는데도 공정위가 제재를 하지 않은 것은 추후 공정위 퇴직자의 재취업 알선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정위는 검찰이 공정위 조사 특성을 모른 채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검찰 조사와 다르게 경쟁상황에 영향을 미치는지 경제분석을 해야 한다”면서 “조사 과정이 길어지다보면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법위반 혐의가 약해 경고를 내릴 수 있는데도 검찰이 무리한 조사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 안팎에서는 전속고발제 폐지를 놓고 검찰이 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원에서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공정위는 내달께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검찰은 입찰조작, 시장분할 등 경성카르텔(담합)의 경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검찰이 공정거래법 사안에 대해 수사에 나설 경우 자진신고제(리니언시)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상조 위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과 한두차례 만나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합의점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펌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기업 봐주기를 했다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정확하게 밝히기는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 양측이 갈등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 수사가 이뤄진 것은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전속고발제 폐지 힘겨루기는 전혀 무관하다”며 “공정위가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