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기자들이 한번에 많은 질문을 던지자 “제가 머리가 좋아서 다 기억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을 못 한다”고 말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질문을 수십 개 받았으니 한 개 정도는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도리어 기자들에게 국회 공전 상황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묻는 여유도 보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데 대해 “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지 저는 모르고, 그것은 국민께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십니까’라고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할 것 같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경제활성화법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같은 국회 어느 세월에 되겠습니까. 참 만들기도 겁난다”고도 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입장 변화를 묻는 질문에도 “그때는 동물국회였는데 지금은 식물국회가 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들어선 후 곧바로 준비한 담화문을 31분간 읽어 내려갔다. A4 용지 17장 분량이다. 1시간8분간 13명의 기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모두 99분간 기자들과 대면한 셈이다. 복장은 이른바 ‘경제활성화 옷’이라 불리는 빨간 재킷이었다. 실제 ‘경제’란 단어는 34차례, ‘일자리’란 단어는 22차례로 ‘북한’(19차례)보다 많이 언급했다.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으로 모두 38차례 나왔다. ‘국회’와 ‘노동’도 18차례, 16차례씩 말했다. ‘통일’과 ‘대화’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회견 직후 회견장이 있는 춘추관 2층에서 기자들의 업무공간이 있는 1층으로 걸어 내려와 기자들과 가벼운 인사와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