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트럼프' 보리스 존슨…英 차기 총리 0순위

보리스 존슨 前외무, 1차 경선 이어 2차 투표에서도 압승
각종 구설수·기행에도 지지 완고…차기 총리 '청신호'
명문家·엘리트 코스 밟은 언론인 출신…이색적 이력
親서민·브렉시트 종결자 이미지…대중 지지 얻는 이유
"現 상황에선 하드 브렉시트가 해법" 주장
  • 등록 2019-06-19 오후 4:54:13

    수정 2019-06-19 오후 4:54:13

보리스 전(前) 외무장관 [사진= AFP 제공]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지에 전 세계 이목이 쏠려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향방이 달려 있어서다. 현재까지는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 강경론자다. EU와 재협상이 안된다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EU와 약속한 10월31일까지 ‘무조건’ 브렉시트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그가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18일 보수당 의원 313명이 참여한 2차 경선 투표에서 126표를 얻어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46표)을 다시 한 번 큰 격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존슨 전 장관은 지난 13일 1차 경선 투표에서 가장 많은 114표를 얻었다. 2위인 헌트 외무장관(43표)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2차 투표는 최종 후보 2명이 남을 때까지 진행된다. 이 중 1명은 다음달 22일부터 약 12만5000명의 전체 보수당원들이 참여하는 우편 투표를 통해 차기 총리로 간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리스 전 장관에 대해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영국 총리 관저)까지 한 걸음 남았다”고 평했다.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이유

‘헝클어진’ 머리와 ‘자전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빗지 않은 머리와 구겨진 양복 등 외모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런던 시민들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모습 등으로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가장 신사답지 못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친(親)서민적 이미지가 그가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 시민들이 이례적으로 그를 ‘존슨(성)’이 아닌 ‘보리스(이름)’라고 부르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영국 언론들은 존슨 전 장관의 부유한 집안 배경, 솔직함을 넘어선 막말과 산만한 언행, 각종 스캔들, 금발의 백인, 보수적·인종차별적 성향 등을 거론하며 곧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유한다. 특히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 정책을 선호, 보수적 색채가 뚜렷하다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영국 국빈 방문에 앞서 공개적으로 존슨 전 장관을 차기 총리 후보로 지지한바 있다.

존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못지 않은 돌발행동과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17일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전 장관은 이날 2차 경선을 앞두고 영국 채널4 방송이 주최한 TV 토론회에 예고 없이 불참했다. 경선 선두주자가 불참한 것을 두고 참석 후보들은 “우호적인 동료 5명과도 함께 (토론을) 하지 못하는데, EU 27개 회원국과 (브렉시트 재협상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지난 2016년 7월 외무장관에 취임한 뒤 가졌던 스카이뉴스 방송 인터뷰에선 한국 대통령 이름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 앵커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앵커는 “만날 수도 있지 않겠냐”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알려줬다. 지난해에는 불륜과 여성편력 등 문란한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25년 간 동거동락한 아내와의 이혼을 발표했다.

지난 2015년 런던 시장 재임 시절엔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적도 있다. 대통령 취임 전 트럼프는 “런던 일부 지역은 이슬람주의자들로 인한 접근금지 구역이 됐다”고 하자 “트럼프와 마주칠 수 있다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뉴욕에 가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엘리트 코스 밟은 언론인 출신…이색적 이력

존슨 전 장관은 이튼칼리지, 애쉬다운 하우스 스쿨, 브뤼셀 유럽피언 스쿨, 옥스퍼드대학교 등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727~1760년 영국을 통치한 조지 2세 후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뒤의 행보는 영국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이색적이다.

존슨가(家)는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존슨 전 장관의 증조부는 터키 오스만제국에서 내무장관을 지낸 터키계 언론인 알리 케말 베이로 1920년대 영국에 정착했다. 변호사 출신 외조부는 유럽인권위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아버지 스탠리 존슨은 유럽위원회(EC) 의원과 EU 집행위원회 간부를 역임했다.

존슨 전 장관은 부모가 모두 영국인이지만 미국 뉴욕 태생이다. 그가 다섯 살 되던 1969년 영국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 꿈은 ‘세상의 왕’이었다고 한다. 1973년 아버지가 유럽공동체(EC)에서 일하게 되면서 벨기에 브뤼셀로 거처를 옮겼다. 덕분에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으며, 독일어, 스페인어, 라틴어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존슨 전 장관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더 타임스, 텔레그래프 기자 및 더 스펙테이터 편집장을 맡는 등 언론사에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BBC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각종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지도가 크게 오르면서 2001년 보수당 국회위원으로 당선,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그는 2008년 런던 시장에 당선돼 2016년 사디크 칸 후보에게 밀려 낙선하기 전까지 8년 간 런던 시장을 역임했다. 런던 시장 재임 시절엔 일명 ‘보리스 바이크’로 불리는 공유 자전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런던에 가면 공공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시민이나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정책은 세계 각국의 공유 자전거 사업에 롤 모델이 됐다.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도 보리스 바이크를 벤치마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인 지난 2016년 7월부터는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외무장관직을 맡았다. 하지만 하드 브렉시트를 선호했던 그는 지난해 7월 메이 총리의 소프트(질서 있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굴욕적”이라며 자리를 내놨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거듭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한편, 공공연하게 차기 총리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이와 관련, 존슨 전 장관은 지난 2016년엔 브렉시트를 주도하며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사퇴를 이끌어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총리 불출마를 선언해 영국을 놀라게 했다. 당시 그가 캐머런 전 총리 사퇴 캠페인을 벌인 것이 본인이 총리가 되고 싶었기 때문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결국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 후폭풍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자질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메이 총리가 휴가 중 국정 운영을 존슨 전 장관에게 일임했을 때 야권에선 “몸개그 어린이 프로 진행자에게 BBC 뉴스 앵커를 맡긴 격”이라는 비난하기도 했다.

보리스 존슨 전(前) 외무장관이 지난달 15일 자전거를 타고 런던 국회의사당에 가고 있다[사진=AFP 제공]
브렉시트 강경파 존슨이 총리가 되면 무슨 일이?

존슨 전 장관이 총리 후보 0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좌중을 휘어잡는 특유의 연설이나 친서민적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각종 논란이나 구설수에 오르면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마디로 유명하기 때문이란 얘기다.

하지만 대중의 인식 저변에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끝내고 피로감을 해소해 줄 인물로 그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 존슨 전 장관은 지난 2016년 영국 국민들이 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찬성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다만 외무장관직을 맡은 뒤 브렉시트 협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존슨 전 장관은 현 상황에서는 “노딜을 불사하더라도 EU 탈퇴는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8일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EU 탈퇴 합의가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영국은 10월31일 EU를 떠날 것”이라며 “(국민투표 후) 3년이나 지났고 두 차례나 연기했다”면서 “브렉시트 연기는 패배를 의미한다. (또 다시) 연기하면 우리 모두 죽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는데도 그가 보수당 내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은 그를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영국 하원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의사일정 주도권을 의회에 부여, 노딜 브렉시트를 막겠다는 야당의 법안이 부결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라 존슨 전 장관이 차기 총리가 되면 각종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 11월1일 브렉시트를 강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존슨 전 장관을 차기 총리로 선임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앞서 경고했던 것처럼 그가 영국 총리에 취임했을 때, 그 곳이 “지옥”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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