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보증금 3억9000만원의 아파트에 거주 중인 B씨는 오는 8월 계약만기를 앞두고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의 통보에 부랴부랴 보증금 5억원짜리 인근 아파트 전세를 구하고 계약금 이체도 완료했다. 그런데 대뜸 집주인은 “아무래도 보증금을 빼주기가 힘들다”며 새 세입자를 들이겠다고 통보해왔다. B씨는 황당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과 임차인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 법 시행을 소급적용해 순환 주기를 강제적으로 조정하면서 공급을 줄여버린데다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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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종료 관련 분쟁 조정 건수는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 1건이던 조정 건수는 같은 해 12월 41건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도 △1월 29건 △2월 21건 △3월 21건 △4월 26건 △5월 13건 등으로 꾸준한 모습이다.
오락가락하는 법원 판결은 임대차 분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올해 3월 청구권 분쟁 관련 첫 재판에서는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주택이더라도 기존 세입자가 청구권을 사용했다면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는데, 지난 5월에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 의사를 밝혔다면 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다’는 상반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모습에 일선 현장에선 결국 ‘자기 말이 옳다’며 굽히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예림 정향 변호사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소급 적용한 것에서부터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요소를 만들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법원 판단이 하급심위주로 나오다 보니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땜질식 처방을 통해 원안이 계속 바뀌는 탓에 혼선이 생기고 있어 법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