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시간째, 지금이 1990년대냐”…열차사고에 성난 시민들

무궁화호 열차 탈선 여파
서울역서 ‘무한대기’ 시민들, 불만 커져
구로역 등지 ‘출근대란’…“숨막혀” 신고도
이태원참사 충격 아직인데…“안전 못 믿어”
  • 등록 2022-11-07 오후 4:59:16

    수정 2022-11-07 오후 9:55:44

7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 안에는 지연된 열차로 인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사진=황병서 기자)
[이데일리 황병서 조민정 기자] 경상북도 포항시에 거주하는 박모(71)씨는 7일 오전 11시께 서울역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토요일 아들 집에 반찬을 갖다주려 서울에 올라왔다가 이날 오후 12시 41분 KTX로 돌아가려 했지만 열차 소식은 없고, 기다리는 사람만 많았다. 박씨가 표를 끊어둔 포항행 KTX 열차는 오후 3시가 넘어도 언제 올지 공지가 없었다. 박 씨는 “지금이 1990년대냐, 2000년대냐”며 “4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말이나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궁화호 열차 궤도 이탈 여파…‘지옥철’에 열차 지연

전날 서울 영등포역에서 전북 익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의 궤도 이탈 사고 여파로 이날도 서울역, 영등포역 일대가 큰 혼잡을 빚었다. 지역으로 연결되는 KTX는 물론, 서울 지하철 1호선 경인선 급행열차의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되면서 출근길 대란이 일어났다. 불과 열흘 전 일어난 이태원 압사 참사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시민들은 ‘지옥철’에 몸을 실으면서 안전사고를 우려해야 했다.

이날 오후 3시께에도 서울역 상황은 바뀐 게 없었다. 역사 안팎에선 스마트폰, 열차 안내 전광판을 하염없이 보면서 시간을 떼우는 사람들도 넘쳐났다.

승차권 반환을 위한 창구 앞에도 40~50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승차권 반환을 하기 위해 줄을 선 대학생 서모(27)씨는 “지금 30분째 줄을 서고 있다”면서 “승차권 반환하는 것도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게 말이나 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행 KTX를 예매했던 김모(74)씨는 역무원에 “안 타면 안 탄대로 그냥 돈 받아 먹겠다는 심보냐, 뭐냐”며 “식사를 제공하든지, 물을 제공하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30대 직장인 A씨는 “오늘 여수로 출장 가려고 광명역으로 오전 11시에 갔는데, 오후 2시 38분쯤에 방송이 나오더니 2시간 지연된다더라”면서 “역무원도 없고 안내도 안 해준 것도 불만스럽다. 비행기 타고 가야할 판”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에 놀란 시민들 “숨 막혀” 신고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서 오전엔 구로역에서 출근길 대란이 발생했다. 1호선 경인선 급행열차의 구로역∼용산역 구간 운행이 중단돼서다. 구로역은 수원이나 광명에서 출발한 1호선 승객이 환승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부평역에서 서대문으로 출근하는 30대 남성 A씨는 “평소에 사람이 많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급행이 다니지 않으면서 지하철이 만원인 상태”라며 “이태원 참사로 인해 밀집이 걱정되고 무서웠다”고 했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김모(34)씨도 “오늘 KTX 탈선으로 1호선이 지옥이었다”면서 “평소에 사람 많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급행 안 다니고 해서인지 너무 사람 많고 이태원 생각나서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와중에 출근 시간은 지켜야 하니까 억지로 타려는 사람들도 있고 안쪽에서 끼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고 전했다. 다른 김모(64)씨는 “1호선 타고 왔는데 뒤에서 어찌나 밀던지, 허리가 다 꺾이는 것 같았다”고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를 겪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민들의 신고도 잇달아 이뤄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3분께부터 오전 9시까지 1호선 개봉역, 구로역, 신도림역 인근에서 사고 위험을 호소하는 신고 총 12건이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숨 막힌다”, “혼잡하니까 통제해줬으면 좋겠다” 등이었다. 이태원 참사 전 이뤄진 112신고내용과 흡사하다.

이에 경찰과 소방이 출동, 현장은 인명 피해 없이 상황이 정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개봉역이 원래 사람이 몰리는 역이 아니라 한산한 편인데 특급열차에서 내려서 갈아타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많이 몰렸다”며 “오전 9시쯤 사람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면서 조치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정모(77)씨는 “이태원 사고 후에 지하철역도 안전요원 보내고 질서유지한다더니…”라며 “안전하다는 믿음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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