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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필요한 사람, 사금융 가라?"…고강도 가계부채대책 '부글부글'

고소득자에 유리한 제도…청년층 위한 예외 없어
"미래소득 발생자도 집 살 수 있어야"
2금융권 규제에 다중채무자 증가·취약계층 배제 우려
은행권 관리강화에 연말 대출공급 제한
  • 등록 2021-10-26 오후 5:43:46

    수정 2021-10-26 오후 5:43:46

[이데일리 이승현 노희준 황병서 기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카드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서민들의 급전창구, 혹은 생활자금 창구였던 카드론을 막으면 서민들은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총 18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핵심 수단으로 택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저소득층에 매우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 취급을 정착시키기 위한 금융당국의 결단이지만 상대적으로 청년층 등 피해계층에 대한 배려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1금융권과 2금융권의 돈줄을 동시에 죄면서 취약계층이 찾을 수 있는 곳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가계부채 보완대책 등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DSR 전면 도입에 불리한 청년층

26일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보면, 내년 1월부터 차주의 대출총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 규제를 받는다. 또 DSR 계산 때 적용되는 대출 만기도 최대 만기에서 평균 만기로 단축된다.

당장 대출가능 금액은 줄어든다. 연소득 5000만원인 30대 직장인 A씨가 신용대출 5000만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한 시중은행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A씨가 투기지역에서 10억원짜리 주택 구입을 위해 담보대출(30년 만기·연 3.5%)을 받는 경우 현재는 2억100만원까지 가능하다. DSR은 39.9%로 기준치(40%)를 충족한다. 반면 내년 1월부턴 주담대 가능금액이 1억4800만원으로 줄어든다. 신용대출 5000만원에 대한 DSR 산정 적용 만기가 7년에서 5년으로 줄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신용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게 되고 이에 따라 다른 대출(주담대)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A씨가 투기지역에서 6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면 담보대출(30년 만기·연 3.5%)은 3억원까지 가능하다. 현재는 규제지역이어도 가격이 6억원을 넘지 않으면 DSR 규제대상이 아니어서 담보인정비율(LTV)만 고려하면 된다. 내년부턴 이 경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기 때문에 DSR 40%가 적용대상이다. A씨의 주담대 한도액은 1억6000만원이 된다.

신용대출도 감소한다. 연봉 5000만원인 B씨가 지난달 2억6000만원의 주담대(만기 30년·연 3.5%)를 받은 데 이어 30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연 4%)을 개설했다고 가정하자. B씨는 지금은 신용대출로 50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지만 내년부턴 불가능하다. DSR 40%를 넘기 때문이다.

DSR 40%는 은행에서 차주 연소득의 40%까지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출해주라는 의미다. 즉 소득이 적으면 구조적으로 불리한 제도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주택 구매 등을 지원하기 위한 예외적 조치는 담기지 않았다. 주택 가치(가격)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앞선 세대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소득이 있거나 미래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사람이 집을 살 수 있게 해야 부동산 시장 압력도 줄어든다”면서 “DSR 때문에 대출이 안 나오게 하는 건 곤란하다. 소득이나 신용도가 되는 사람은 빌릴 수 있게 해준다는 DSR의 기본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1·2금융권 동시 조이기에 취약계층 우려

금융회사 여러 곳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당국은 이번에 카드론에 DSR 규제를 적용한 한가지 이유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이용이 급증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다중채무자의 카드론 잔액은 현재 24조8000억원으로 2019년 말에 비해 15.2% 급증했다.

금융권에선 DSR 전면 도입에 2금융권 기준도 60%에서 50%로 강화해 다중채무자가 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도가 줄면서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금융사를 찾는 수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저신용 등 취약계층이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이 급전이 필요하면 제도권 밖에 있는 고금리 대출을 받을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대출 수용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궁금하다”며 “주변만 봐도 투기보다는 생활자금으로 대출을 받는 사람이 많은데, 이를 줄여버리면 중저 신용자들의 타격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 시행일인 내년 1월까지 불과 2달이 남았기 때문에 막판 가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은 올해 4분기 은행의 가계부채 총량규제에서 제외돼 상대적으로 한도 여유가 있는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은행권이 이미 금리 인상과 엄격한 심사 등으로 대출관리 강화에 나선 만큼 가수요만큼 공급이 뒷받침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35~4.67%에 이른다. 주담대 고정(혼합)금리는 연 3.28~5.01%로 상단 기준으로 5%를 넘어섰다. 특히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의 거센 불만에 밀려 전세대출 규제를 이번에는 제외했지만 언제든 다시 시행할 수 있다며 보증비율 인하 등 구체적 방법까지 예고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정부는 전세대출도 빚이며 빚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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