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TF "정부가 지원해야"…자본잠식 석유공사 회생 발판 만드나

1차와 달리 '최소한 정부지원 필요' 담겨
고강도 구조조정 한계 인식..자원안보 강화
"지원 앞서 무리한 자원개발 통제 전제돼야"
석유-가스공사 통폐합은 중장기 과제로 미뤄
  • 등록 2021-04-28 오후 6:00:00

    수정 2021-04-28 오후 9:36:48

[이데일리 문승관 김상윤 기자] 무리한 해외자원개발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한국석유공사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의 권고안이 나왔다. 그간 자산매각, 조직 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권고했던 것과 달라진 기류다.

민간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 공기업을 살린 뒤 자원개발에 다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최소한 정부 지원도 필요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TF는 28일 이같은 골자의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TF는 박중구 서울과기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민간위원(19명)과 정부위원(2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된 회의체다. 지난 9개월간 논의를 끝으로 석유·가스·광물공사 등 부실에 빠진 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1차 TF가 공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만 권고한 것과 달리 2차 TF는 공기업 구조개편이 필요하되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았다. TF는 “구조개편 과정에서 석유공사의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불구 재무상황의 정상화가 어렵다면 최소한의 정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석유공사가 자구 노력만으로는 부실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서다. 그간 해외자산매각 등을 권고했지만 자칫 핵심우량자산이 헐값에 매각되고 자원안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여기에 저유가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석유공사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이 반영됐다.

박 위원장은 “석유, 가스시장은 다른 자원과 달리 공기업이 앞장서서 해외자원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석유·가스공사가 구조조정을 계속하겠지만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부분은 정부가 메워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TF 권고에 따라 석유가스와 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을 요구하면서 정부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자본확충과 함께 각종 세제 지원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관은 “TF 권고를 바탕으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재무개선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점검하면서 관계부처와 지원책 마련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해외자원개발 혁신 제2차 TF 권고안
다만 ‘혈세’가 투입될 수 있어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 지원에 앞서 공기업이 무리한 자원개발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불가피하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사채를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하거나 자본규제를 도입하면 공기업이 무리한 정책사업이 할당되더라도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면서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정부는 자본을 확충하고 공기업은 사업을 합리화 할 유인이 있다”고 제언했다.

TF권고에 따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경제성과 전략성이 미흡한 6개 자원개발사업에 대해 매각에 나서고, 우량자산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설 전망이다. 또 2029년까지 재무개선 목표도 설정해야 한다.

TF는 아울러 해외자산을 국내기업에 최우선 매각하도록 한 원칙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국내기업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모두 철수한 상황에서 매각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TF는 해외자산 매각시 최적 매수자에게 매각하되, 매수조건이 유사한 경우엔 국내기업을 우선 매수자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원칙을 수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산매각에 나설 경우 당사기업이 아닌 제3자를 통한 매각 방식을 권고했다. 광물공사의 경우 지난 3월 광해광업공단법 제정에 따라 해외자산관리위원회가 자산매각을 심의·의결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매각을 집행한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재무상태 (자료=알리오)
◇통폐합은 차기 정부 과제로 미뤄


TF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등을 통합하는 거버넌스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중장기로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차TF가 통폐합 관련 내용을 아예 뺀 것과 달라진 부분이다.

산업부가 지난 2016년 5월 발표한 ‘해외자원개발 개선방향’ 용역보고서(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에는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하는 석유·가스공사 설립 △석유공사의 자원개발기능을 가스공사로 이관 △석유 자원개발 기능을 민간 기업으로 이관 등 과감한 구조개편방안이 담겼지만, TF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TF가 중장기 검토과제로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당장 석유공사-가스공사 통폐합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스공사가 상장사라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를 통폐합할 경우 주주반대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정권 말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공기업 구조개편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상류(탐사 개발)와 하류(수송 정제 판매)분야를 통합하거나 자원개발 전문공기업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단기적으로 구조개편에 나서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수많은 시나리오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말을 아꼈다.

산업부 관계자도 “석유공사가 부실한 상황에서 가스공사와 합칠 경우 동반부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시간상으로 이번 정부내에서는 통합논의가 어렵고 차기 정부 과제로 가져가야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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