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의지 안보여”…채권단 일부, 반대매수청구권 만지작

[태영건설 워크아웃 빨간불]
산은 "태영이 채무 인수하라" 압박
태영 '자구책 이행' 압박수단 될 듯
  • 등록 2024-01-03 오후 7:58:18

    수정 2024-01-03 오후 10:07:36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애초 약속한 자구책 이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부 채권금융사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태영건설의 구조조정 비용이 많이 들고 앞으로 정상화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한다면 워크아웃 초기 단계에서 채권회수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 채권단은 이달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이 가운데 은행·제2금융권 등 일부 채권금융사를 중심으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채권단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워크아웃 진행이 가능한 태영건설은 계열사 매각, 사주 일가 사재 출연 등을 약속했지만, 채권단 내에서는 태영건설의 자금 상환 약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이날 산업은행에서 열린 채권자설명회에서는 태영건설의 추가 자구책이 나올 것으로 보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존에 알려진 자구책 수준 외에는 별다른 것은 없었다는 게 채권단 측 분위기였다. 특히 태영인더스트리, 에코비트 등 기존에 공개된 정상화 노력 외에는 사재 출연과 SBS 지분 매각 등 구체적 내용이 담기지 않아 1차 채권단협의회에 앞서 진심이 담긴 자구책을 듣고자 했던 일부 채권단은 허탈해하기까지 했다.

이미 태영건설은 자구 노력에 소극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 가운데 외상 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금융채권이라는 판단하에 갚지 않았다. 이 소식에 금융감독원은 협력사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은행들에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상환 청구권 행사 유예를 요청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도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에 사용하겠다고 공시해놓고 1133억원 중 400억원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권단은 대주주의 경영 정상화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워크아웃은 채권금융사가 자율적으로 동참하도록 돼있고 만약 반대하는 채권자가 있으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탈할 수 있다. 이럴 때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채권금융사에 대해 워크아웃에 찬성하는 채권금융사가 청산 가치에 준하는 채권액을 물어줘야 한다. 산은은 태영건설에 이 채무를 인수하라고 압박했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일부 선순위 금융사는 담보가 확실해 워크아웃에 100% 동의할 필요는 없다”며 “태영건설의 자구책 이행 의지에 대한 압박을 가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채권금융사 내에서 반대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발 리스크를 번지게 하지 않으려 정부와 금융당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으로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취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 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회생 절차는 워크아웃과 달리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을 동결한다. 법원이 태영건설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회사를 청산할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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