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001230)은 지난 8월 선박용 후판을 생산하는 포항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의 후판 생산능력은 340만t에서 150만t으로 줄어들었다. 저(低)유가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연관 산업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조선과 철강, 건설 업종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드릴십 1척을 발주했던 미국 PDC사는 유가 하락으로 선박 운용이 어려워지자 이미 건조된 선박을 넘겨받지 않고 계약을 해지했다. 드릴십은 해양 유전 시추를 위한 플랜트 설비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드릴십 7척 가운데 나머지 6척의 인도 기일도 2017년 이후로 미뤄졌다. 유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발주 기업들이 선박을 건네받는 시점을 연기하는 모습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지면서 유전 시추와 원유 생산을 위한 해양플랜트 발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새로 체결하는 계약도 우선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1년 후에 발주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단서가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수요 감소와 함께 가격 하락도 골칫거리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철강업계의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 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사들이 단가 인하 압력을 넣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에 거래처 압박까지 더해져 철강제품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수주한 건설·플랜트 금액은 147억 달러(17조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급감했다. 다만 내년 초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면 수주 물량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정유와 석유화학, 자동차 산업은 저유가 수혜 업종으로 꼽히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해당 업계의 설명이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자재인 유가 하락폭과 제품 가격 하락폭 차이에서 발생하는 차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어 휘발유 가격 하락이 차량 구매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