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변호사' 무죄…공인중개사-변호사 밥그릇 전쟁 시작되나

국민참여재판서 4대 3으로 '무죄' 의견 많아…재판부 "혐의 인정 충분치 않아"
공인중개업계 "즉각 항소…집단행동도 검토"
트러스트 "부동산 중개서비스 개혁과 국민선택권 확보를 염원하는 소비자 뜻"
  • 등록 2016-11-07 오후 8:41:10

    수정 2016-11-08 오후 2:18:38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기소된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다슬 원다연 기자] ‘변호사 복덕방’으로 알려진 트러스트부동산이 공인중개사협회와의 소송에서 승소했다. 부동산 중개와 법률자문 서비스를 분리해 변호사가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법원이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33년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켜졌던 ‘부동산 중개’라는 ‘업(業)벽’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부동산 중개업계 일대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중개로 볼 수 없다”…국민배심원 ‘변호사’ 손 들어줘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나상용)는 7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승배(45) 변호사(트러스트 라이프스타일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이날 심리에서 배심원들은 4대 3으로 나눠 공 대표 쪽 손을 들어줬다. 재판장은 배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늘 증거 조사 및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 대표가 기소된 3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론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님에도 부동산 명칭을 사용한 혐의(공인중개사법 제18조 2항) △등록 관청에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한 혐의(제9조)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님에도 중개대상물을 온라인으로 광고한 혐의(제18조의 2)다.

변호사인 공 대표는 지난 1월 부동산 중개에 대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하겠다며 ‘트러스트 부동산’(이하 ‘트러스트’)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업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법률 자문 서비스는 명목일 뿐, 사실상 트러스트가 하는 행위는 공인중개 업무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트러스트가 하는 ‘부동산 법률 자문’이 ‘공인중개’와 구분될 수 있는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 측은 트러스트가 한다고 주장하는 법률 자문 행위가 중개업무를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계약자가 자발적으로 거래를 체결했을 뿐, 트러스트 측은 중개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러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도곡렉슬아파트를 매매한 증인 권진익 씨도 “매물 등록과 가격 설정은 스스로 결정했으며 트러스트를 통해 일반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중개서비스를 받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부동산 직거래시장 ‘활짝’…위기의 공인중개업

이번 ‘변호사 부동산’ 승소는 온라인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시장이 활짝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는 있다. 그러나 부동산 권리 분석은 일반인은 쉽게 할 수 없다는 점과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매도자(집주인)나 매수인 중 어느 한 쪽이 큰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큰 비용을 내더라도 공인중개사무소를 이용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와 법률 자문 서비스를 떼어낸다면 매도자와 매수자는 임대차 계약과 매매 등을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체결하고 계약에 따른 리스크 분석만 변호사나 세무사로부터 따로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인중개업의 지각 변동은 결국 중개보수(중개수수료)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러스트는 매매 거래금액이 2억 5000만원(전·월세는 3억원) 미만이면 45만원, 그 이상이면 99만원을 받는 2단계 보수체계를 내놓고 있다. 주택 가격이 2억 5000만원이든 10억원이든 한 건당 보수는 99만원이다. 이는 거래 금액에 따라 요율이 높아지는 공인중개업계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하다. 10억원 짜리 집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8억원 이상 0.9% 상한요율)는 최대 900만원인데 트러스트에 맡기면 10분의 1 수준인 99만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공인중개사 역시 자발적인 중계수수료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공인중개사 업계는 이번 판결에 반발하며 즉각 항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황기현 공인중개사협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즉각 항소는 물론 공인중개사협회 차원에서의 집단행동도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반면 트러스트 측은 “이번 판결은 부동산 중개서비스 개혁과 국민 선택권 확보를 염원하는 소비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공인중개업의 ‘극약처방’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통적인 중개의 역할은 쇠퇴하고 소비자들은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요구하기 마련인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공인중개업계는 시대를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공인중개사가 부동산시장을 분석하고 매매 전략 등을 세워주는 그야말로 부동산시장 전문가로서의 컨설팅을 해준다”며 “이번 판결을 공인중개사의 업무 역량을 더욱 향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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