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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폭언에 애완동물 공격까지…“가전제품 방문근로자 보호 절실”

가전방문서비스 근로자들, 8일 실태조사 결과 발표
신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업무…“실적 압박받아”
“산안법 대상 확장…2인1조 근무 등 매뉴얼도 필요”
  • 등록 2021-07-08 오후 5:51:19

    수정 2021-07-08 오후 5:51:19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 여성직원이 고객 집을 방문해 업무를 진행하는데, 남성고객이 집 한쪽에서 성기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직원은 회사에 즉각 이를 알렸지만, 회사는 그저 방문하는 노동자를 바꾸기만 했을 뿐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어요. 이러한 상황이 바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직접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고객의 집에 방문해 가전제품을 설치·관리하는 이른바 ‘가전방문 서비스’ 근로자들이 업무 도중 언어폭력·성폭력 등 각종 괴롭힘을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 또 제품을 설치하면서 쪼그린 자세에서 장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탓에 근골격계 질환 등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노동자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이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가전방문서비스 노동자 노동안전 실태조사 발표 및 문제 해결 방안 국회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회사에서도, 고객에게도 고통받는 노동자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은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가전방문 서비스 노동자 노동안전 실태조사 발표 및 문제 해결 방안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렌털 가전업계·경비업계 등 가전방문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 현장에서 여러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시민단체 ‘일과건강’이 지난 4~5월 1611명의 가전방문서비스 노동자를 상대로 설문·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8.2%에 이르는 근로자가 회사나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았고, 58%는 인격 무시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집에서 키우는 동물로부터 공격을 당한 비율은 전체의 70%에 달했고, 심지어 성폭력을 당한 사례도 7.7%에 이르렀다.

여기에 더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릴 수 있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도 다수를 차지했다. ‘하루에 2시간 이상 목·어깨·팔꿈치·손목·손을 사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79.8%나 됐고, ‘하루에 2시간 이상 쪼그리고 앉거나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이뤄지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도 62.1%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전방문 서비스 근로자들은 실적 압박에 시달려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체의 79%는 ‘목표량을 채워도 고용이 불안하다’고 답했는데, 단체는 이들 대부분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신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연차가 없다고 응답한 이는 58.2%, 휴식시간 규정이 따로 없는 이도 44.6%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개인 사업자 신분이어서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며 “개인 사업자라면 스스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들은 그런 조건에 놓여있지 않는데도 노동자로서의 최저 기준을 적용받지 못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사무처장은 또 △근골격계 부담 작업 유해요인 조사 실시·개선 △감정노동자 보호 규제 적용 △과도한 영업 압박 근절 △노동자가 생존할 수 있는 적정임금 도입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산안법 적용 대상 확장…감정노동 줄일 방안 마련”

이들은 제도 개선과 함께 실질적 현장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경완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은 “가전방문서비스 노동자들에겐 감정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그 어떤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그저 할 수 있는 건 욕설을 들은, 폭행을 당한 노동자가 아닌 다른 노동자가 다시 방문하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두 명이 동시에 방문하거나 폭행·욕설하는 고객에게 법적 조처를 하고 제품 위약금을 청구하고 계약해지를 하는 등 고객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할 방법은 충분히 있다”면서 “기업들은 근로자를 보호할 방법을 몰라서 보호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계약을 꺼리거나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산안법의 적용 대상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이분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적용 대상엔 속하지만, 산안법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개념적으로 산안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산재보험법에 근거하므로, 가전방문 서비스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산안법 편입을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직업건강연구실장은 또 “고위험군 고객을 대상으로 방문할 땐 2인 1조로 방문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사내에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담당자를 별도로 지정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고객 평가 점수가 수당에 반영돼 감정노동이 심화할 수 있으므로, 성가 평가 제도에 대한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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