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콘서트 전락 대학축제…입장료 받고 교문 폐쇄도

5월 대학가 축제 한창, 몸값 비싼 연예인들 축제 등장 관행
작년 30개 대학 연예인 평균 섭외 비용은 대학당 3622만원
인기 연예인 섭외로 행사 비용 늘어 축제 입장권 판매도
"대학이 학문의 전당에서 취업 인증기관 변모한 영향"
  • 등록 2016-05-19 오후 6:59:07

    수정 2016-05-19 오후 6:59:07

최근 ‘캠퍼스잡앤조이’ 페이스북에 대학 축제 흥미도에 따라 계급을 분류한 ‘대학 축제 꿀잼 서열’이 게재돼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을 낳았다. 캠퍼스잡앤조이 페이스북 캡쳐
[이데일리 이승현 김보영 기자]전국 대학가가 축제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대학축제가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인기 연예인을 동원한 공연 중심 행사로 변질되면서 늘어난 행사비용 부담을 이유로 입장료를 부과하는가 하면 지역 주민 참여를 제한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고려대·연세대 축제는 화려한 초청 연예인의 라인업과 운동 경기 등으로 인기가 높아 유료티켓을 사야만 입장할 수 있다. 고려대 축제 ‘입실렌티(IPSILENTI) 지(知).야(野)의 함성축제(입실렌티)’는 9000원,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AKARAKA)를 온누리에(아카라카)’는 1만 1000원을 받는다. 지난해 연세대 아카라카 축제에 아이돌그룹 ‘엑소’가 나온다는 정보가 유출되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티켓값이 20배 가까이 치솟는 일도 벌어졌다. 대학축제가 학생공동체이자 지역공동체 행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기 연예인 섭외에 수천 만원..“입장료 받아 비용 충당해야”

교육부가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2013~2015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의 축제 예산에서 연예인 섭외비용은 평균 43%(약 3411만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30개 대학이 봄 축제 때 연예인 섭외를 위해 쓴 비용은 평균 3622만원이었다. 톱 클래스 인기 아이돌 그룹의 섭외비는 6000만원 이상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신인 아이돌그룹도 500만~1500만원 정도다.

연세대·고려대 응원단 관계자들은 “주류회사 등 외부 스폰서들로부터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비용 충당을 위해 입장료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와 연세대 축제는 학생회가 아닌 응원단이 기획과 주최를 모두 담당한다. 두 학교 응원단은 올해 축제기간 중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티켓 사전조사는 물론 현장단속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기 연예인 출연 외부에 알려져 팬클럽 등이 대거 몰리면서 되레 재학생들이 행사에서 소외당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일부 대학들은 축제 기간 중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기도 한다. 중앙대는 ‘루카우스(LUCAUS)’ 축제 기간 중 공연장에서 학생증을 검사해 외부인들에는 퇴장을 요구할 방침이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아예 축제기간 중 교문을 폐쇄해 일반인 출입을 차단하기로 했다. 홍익대 축제는 자체 클럽행사 등으로 인해 일반에서도 인기가 높다.

홍익대 시간디자인학과 3학년 정모(23·여)씨는 “외부인들이 워낙 많이 찾아와 재학생들이 제대로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18일 오전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5 정기 고연전’ 야구 경기에서 연세대 학생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섭외 연예인으로 대학 축제 평가..“빈곤한 대학문화 방증”

올해 대학축제에서 섭외 1순위는 국제가수 ‘싸이’다. 연예기획사 메르센엔터테인먼트가 대학 공연행사 에이전시 9곳을 대상으로 대학축제 섭외요청 연예인을 조사한 결과다. 마마무와 다이나믹 듀오, 여자친구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 축제를 흥미도별로 나눈 ‘대학 축제 서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서열표에는 학교축제가 ‘핵꿀잼(매우 재미있음)’부터 ‘꿀잼’ ‘잼’ ‘노잼’ ‘핵노잼(매우 재미 없음)’까지 등급별로 분류돼 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섭외 연예인을 기준으로 재미 여부를 나누는 것은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을 꾸리기 위해 열정을 쏟은 기획단의 수고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 대학원생 박모(29)씨는 “대학 축제에서 연예인 섭외 의존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은 자체적인 놀이문화를 구축할 만한 내부 결속력이 떨어지고 학생들만의 하위문화 콘텐츠가 빈곤한 젊은이들의 현실을 방증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학문의 전당에서 취업 시장에 진입할 인력을 양산하기 위한 인증기관으로 변모함에 따라 대학 축제 역시 상업화의 수순을 따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취업 압박이 커짐에 따라 대학생들 역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즐길 여유가 사라져버린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 각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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