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짜 책임 없이 '마음의 책임'만 있는 이태원 참사

  • 등록 2022-11-07 오후 7:29:24

    수정 2022-11-07 오후 9:54:16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구청장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 (박희영 용산구청장)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에서 난데 없이 ‘마음의 책임’이란 말이 나왔다. 질의를 했던 조 의원은 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질의자로 나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박 구청장의 ‘마음의 책임’이란 언급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표현까지 쓰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 있는 박 구청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얘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구청장은 사퇴할 용의가 있는지 묻는 여러 의원들의 말에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즉답을 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뿐만이 아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이번 참사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들 모두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공허한 표현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갔던 생때같은 156명의 청년들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했다. 진상을 파악해 보니 곳곳에서 정부가 미리 준비하지 않았고 사고 조짐이 있을 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가 터졌을 때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쏟아진다.

그런데도 여전히 누구 하나 ‘내 책임이다’,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고위공직자 하나 없다. 오히려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며 상황정리를 했던 김백겸 경사는 “더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오열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다. 이제는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태 수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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