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낮춘 공공 노동이사제 입법 눈앞…만성 적자경영 해결 `미지수`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 열어 공운법 개정안 의결
수위 최대한 낮춘 공공 노동이사제, 입법 `눈앞`
"노조에 이사추천권 안주고 근로자 전체가 투표해야"
재계는 민간 확대 우려…"경영상 의사결정 저하될 것"
  • 등록 2022-01-05 오후 5:54:36

    수정 2022-01-05 오후 8:44:1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앞으로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에서는 노동이사가 활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하면서 법안이 국회 문턱을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장에 노동이사제 관련 서류가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노동이사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해소하는데 해법이 될 것인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노조에게 노동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의 민간 확대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수위 가장 낮추고 입법 코앞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 담겨 있는 노동이사제는 기업의 이사회에 근로자대표를 포함해 이들로 하여금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에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은 공공기관 비상임이사에 근로자대표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근로자 중에서 3년 이상 재직한 1명에게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상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된다. 임기는 현행 법률대로 2년으로 이후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또 노동이사의 경우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는 정부안을 준용하도록 했다.

여야는 합의 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의 수위를 국회에 계류되어 있던 노동이사제 관련 법안 중 가장 낮췄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안이었던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두는 것은 노동이사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노동이사가 현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근로자 입장을 대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일부 공기업의 노동이사를 상임이사로 두면 주주의 권리를 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같은 당 김주영 의원의 안의 내용이었던 노동이사제를 대학병원이나 금융공기업 등 기타 공공기관까지 확대하는 것도 철회됐다. 기타 공공기관은 특성상 독립성과 자율성이 중요한데, 법으로 노동이사 도입을 강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준정부기관은 비상임이사를 선임할 때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는 절차를 없애도록 한 것도 경영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노조에 추천권 주지 말고 근로자 전체가 투표로 선출해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의 입법이 가시화되면서 노동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4일 논평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노사 간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드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며,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적가치 실현이라는 ‘진짜 공공기관 개혁’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의 과제가 산적했다고 지적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이 심화할 수도 있고, 기존 교섭단체로서의 노조와의 역할 분배가 모호해질 가능성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특히 노동이사를 기존 노조가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노동이사는 일부 노조가 아니라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며 “노동이사의 추천권을 노조에게 주는 방식이 아니라 근로자 전체가 투표로 선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원장은 “특히 노조 존중의 일환으로 논공행상하듯 노동이사를 던져주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과 객원교수는 “유럽은 대부분 산별 노조로 기업 밖에 노조가 활성화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 기업 안에서의 노조 활동이 활발하다”며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섭단체로서의 노조와 경영상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노동이사의 역할이 서로 보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민간 확대 ‘우려’…“경영상 의사결정 저하될 것”

아울러 민간으로 노동이사제를 확대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계는 이미 노동이사제의 민간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으로의 도입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친(親)노동정책으로 인해 위축된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 등 경제계도 공동입장문을 통해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민간기업에까지 확대될 경우 이사회 기능을 왜곡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저하하는 등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 명백하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노동이사제 경험이 수 십년씩 된 독일이나 스웨덴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험이 일천한 상황”이라며 “경험을 바탕으로 노사가 신뢰나 충실성 등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사간 대립과 갈등이라는 고질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이념적으로 도입하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노동이사제의 민간 확대 여부에 대해 “(공공부문과) 별도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우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이번엔 공공기관에만 해당되는 법 개정이라 (민간 적용은) 상법 등 다른 법 체계에서 다뤄질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처음 운용하기 때문에 혹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점검해서 부작용이나 문제점 나타날 소지 있다면 대책도 강구하겠다”며 “노동이사 참관제라고 노동이사제 전 단계를 여러 공공기관에서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 이를 통해 큰 문제없이 작동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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