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동남아…'베트남의 아마존' '인니의 컬리' 찾아라

[해외로 눈돌리는 VC]②
국내 벤처 가치 급등에 수익 뚝…해외 투자 확대
시장 크고 성장세 빠른 동남아
모바일 보급에 ICT 연계한 플랫폼 탄생
최근 세혜택 등 투자 접근성 좋아져
  • 등록 2022-05-11 오후 11:50:00

    수정 2022-05-12 오전 9:45:12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동남아시아는 선진국보다 시장이 덜 개화돼 있기 때문에 낮은 가치에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고, 대박 나면 훨씬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가졌다면 이미 검증을 거친 셈이니 리스크도 적다.” 동남아 투자에 꽂힌 국내 한 VC 심사역의 전언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VC들의 동남아 스타트업 투자 러시가 일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인구와 시장 규모가 큰데다 평균 연령층이 젊기 때문이다. 특히 저렴하게 투자해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동남아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표=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활짝 열린 동남아·인도…커머스·테크 뭉칫돈 투척


K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인도네시아의 인슈어테크 업체 코알라에 투자를 결정하고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019년 첫 투자에 이은 후속 투자로 400억원 규모 시리즈B에 참여한다. KB인베 이외에도 굵직한 글로벌 VC들이 라운드에 함께할 예정이어서 코알라 기업가치는 치솟을 것이란 기대가 높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경우 동남아 차량공유 플랫폼 그랩과 중고거래 캐로셀에 이어 스틱벤처스를 통해 ‘베트남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티키에 2018년부터 작년 말까지 3차례 총 700만 5000달러 투자했다. 티기의 밸류는 첫 투자 당시 1000억원에서 지난해 6600억원으로 올랐고, 현재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스틱벤처스와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한국의 마켓컬리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신선식품 배달업체 해피프레시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동남아 투자의 경우 내수 위주의 실생활과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린다. 모바일과 브로드밴드(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일상과 산업 전반에 걸쳐 모바일·ICT를 연계한 플랫폼들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는 “동남아시아는 일반적으로 B2C나 ‘카피캣’(모방) 업체들에 투자하고 있다”며 “카피캣의 경우 선진국에서 이미 성공했던 독특한 모델들이 동남아에서 똑같이 성공하는 경우가 있어서,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기에 선투자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창업가정신이 강한 인도, 자율자동화 등 딥테크나 바이오 기술력이 뛰어난 유럽과 미국, 중동 등도 눈여겨보는 상황이다.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채용관리 솔루션을 운영하는 ‘온보드’와 AI 테크 ‘몰로코’ 등 작년 한 해 해외 스타트업 기업에 793억원을 투자했다. 스틱벤처스는 배민 비마트와 바로고를 섞은 모델인 인도의 생필품 배송업체 던조에 2019년 200만달러 투자했는데 작년과 올해 인도 최대 대기업 릴라이언스 그룹이 투자하면서 첫 투자에서 800억원이던 기업가치가 5배 올랐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국내외 펀드를 활용해 총 1881억원 해외투자를 진행했는데 그 중 한 곳은 홍콩·호주의 NFT 블록체인 스타트업 애니모카브랜즈다. 밸류는 당시 1조원에서 최근 라운드인 올해 1월 5조 500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나스닥 상장으로 이미 잭팟을 안겨준 효자도 있다. 지난 2018년 말 투자한 영국 백신개발업체 백시텍이다. 백시텍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개발했고, 작년에 나스닥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초기투자 수익 갈수록↓ 해외 진출 러시 이어질 듯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에 들어가도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유동성 장세가 조성되자 벤처투자로 자본이 쏠려 스타트업들 밸류가 급등했고, 예상을 뛰어넘는 고밸류로 기업공개(IPO)한 기업들도 여럿 탄생했다. 밸류가 더 높아지기 전에 초기·극초기단계에서 발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초기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올라 VC 입장에선 보다 차익 실현 규모가 크게 줄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KB인베와 한투파 등 지분투자를 넘어 해외 투자 전용 펀드를 만드는 VC들도 눈에 띈다.

해외자본에 대한 현지 당국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바뀌는 건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힌다. 베트남은 펀드의 정의나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법률적 준비를 마무리하는 중이고, 인도는 애초에 영미 문화권으로 VC나 사모펀드를 위한 세제 등 효율적 투자를 위한 초기단계 제도를 갖추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돈을 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뒤따랐지만, 해외 자본시장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

유정호 KB인베스트먼트 글로벌투자그룹장은 “과거 동남아에는 투자 제한 분야들이 많았고 외국인들의 지분율 규제도 있었는데, 최근 규제를 풀어주고 VC 라이선스를 보다 받기 쉽게 만들어주는 등 외국인에게 투자를 오픈하고 있다”며 “IPO 등 자본의 유통시장도 스타트업 친화적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전했다.

갈수록 후속투자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계적인 VC 세콰이어캐피탈이 펀드 만기일이 설정돼 있지 않은 무기한 펀드를 결성해 지속적인 후속 투자를 가능하게 한 만큼, 혁신 스타트업에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국내 VC도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만순 한투파 대표는 “기존에는 초기투자 경우가 빈번했다면 투자 후 8년 뒤면 펀드를 대부분 정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 오기 때문에 앞으로는 후속 투자의 집중이 중요해진다”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기존 투자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신규 투자의 파이는 줄 수 있어 스타트업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 자본 수출이 활발해지는 흐름에 발맞춰 오는 17일 이데일리 글로벌대체투자컨퍼런스(GAIC)에서는 아시아 스타트업 투자환경과 기회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프랭크 린 구글 동북아 투자 총괄이 그간 인수한 기업들과 투자 기준, 유망 지역과 업종에 대해 설명하고, 마커스 고 EPMB 매니징 디렉터가 아세안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투자 기회에 대해 알린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도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ESG 투자 전략에 대해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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