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9조원 자전거래' 현대증권 직원 기소…증권업계 '당혹'

검찰 "자전거래 자체가 불법…현대증권 불법 수익은 없어"
금융투자업계 "자정 노력 필요…검찰 극약처방 아쉬워"
  • 등록 2015-12-01 오후 3:54:24

    수정 2015-12-01 오후 3:58:35

[이데일리 박형수 송이라 기자] 검찰이 정부 기금을 유치하려고 사전 수익률을 약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자전거래를 한 현대증권 임직원을 적발했다. 금융투자업계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이 엄단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다만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수익이 없고 정부 기금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도 덜 받은 영업 방식을 법의 잣대로 심판하는 것에 대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대증권 전 고객자산운용본부장 이모(55)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전 신탁부장 김모(51)씨 등 3명을 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09년 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확정 수익을 내주는 조건으로 단기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했다. 주로 기업어음(CP)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에 투자했다. 랩 운용 기간이 보통 6개월인 데 반해 국내에서 발행하는 CP는 대다수 만기 3년짜리다. 만기가 다르다 보니 현대증권은 랩 만기가 도래할 때 CP를 매각해 현금화했다. 다만 시장에서 CP를 매각했을 때 약속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었던 탓에 현대증권이 운용하는 다른 랩 계좌를 이용했다. 단기간에 수익을 확실하게 챙겨주는 현대증권으로 기금은 몰렸고 꾸준히 신규자금이 유입되면서 현재까지 손실을 본 투자자는 없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현대증권은 채권형 랩 신탁으로 한 정부기금 유치 비중이 22%로 업계 1위 규모다. 액수는 8조 902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업자는 투자일임재산으로 자기가 운용하는 다른 투자일임재산, 집합투자재산 또는 신탁재산과 거래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없다고 해도 자전거래 자체가 불법인 셈이다. 검찰은 현대증권이 총 9567회에 달하는 자전거래를 했고 거래 총액은 약 5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윤수복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이라며 “랩 상품은 신탁과 달리 자전거래를 허용하는 예외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신규 자금 유치를 위해 사전에 추구한 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면 운용 수수료를 낮춰 고객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을 썼다. 새누리당 정부기금 방만운용점검 태스크포스(TF)가 지난 5월 현대증권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당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을 문제 삼았지만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린 것도 이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거나 고의로 자금을 움직였다고 보기 어려워 배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검찰이 업계 고질적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것은 환영하지만 극약 처방만 방법은 아니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영업 위주의 관행을 바꾸기 위한 업계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라며 “결과적으로 정부 기금 담당자가 확정 수익을 요구하지 않으면 증권사가 수익도 안나는 일에 목을 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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