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 정리도 안됐는데…벌써 진상조사 손놓은 韓정부

2015년 대일항쟁기委 해산 후 강제징용 진상조사 끊겨
강제징용 관련 지원단·지원재단…"인력·예산 태부족"
중국·이스라엘 여전히 진상조사 진행中
전문가 "대일항쟁기委 부활해 정부 차원 조사 재개해야"
  • 등록 2019-07-25 오후 4:49:35

    수정 2019-07-25 오후 4:49:35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관계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강제징용 사죄 및 경제보복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세종로 공원 방면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강제징용에 대한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일본이 경제보복까지 하며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사 문제가 한·일 양국의 무역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지만 정작 강제징용에 대한 진상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진상조사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일본을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5년 이후 맥 끊긴 강제징용 진상조사…“인력·예산 태부족”

강제징용에 관한 진상조사가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정부 시기인 지난 2004년부터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합의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유골봉환 작업도 시작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협상문서가 공개되면서 민관공동위원회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2004년 발족한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와 2008년 발족한 국외희생자지원위원회가 2010년 국무총리 산하 정부기구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기위원회)로 합쳐져 2015년까지 22만 건의 강제동원 피해신고를 접수해, 11만건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34만건의 피해조사 자료를 생산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를 통해 지급된 위로금과 지원금은 모두 6334억원이었다.

문제는 2015년 위원회를 연장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일항쟁기위원회가 해산하면서 강제징용에 대한 모든 진상조사와 연구가 맥이 끊겼다는 점이다. 한 때 위원회는 12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면서 위로금 지급은 물론 피해 조사와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해산 이후 위원회 업무는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 나눠졌고 인원과 예산도 크게 축소됐다.

대일항쟁기위원화에서 조사과장을 맡았던 정혜경 박사는 “위원회 당시 52건의 진상 조사 사건을 접수해 30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고 보고서까지 발간할 수 있었다”며 “당시 만들어진 보고서는 일본이 군함도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하려고 했을 때 정부가 대응하는데 사용될 정도로 유용했다”고 전했다. 정 박사는 이어 “위원회가 해산된 이후 지원단과 지원재단에서는 전혀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재 지원재단은 추모탑 설치 등 추도 관련 사업 위주의 행사를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원재단 관계자는 “희생된 피해자의 유족들과 함께 추도 순례나 합동위령제 등이 주요 사업”이라며 “5건의 연구도 용역을 주고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용역을 맡기는 연구는 연구자 개인의 의견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원단도 제대로 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실제로 강제동원 관련 업무를 하는 인원은 10명 남짓하고 이 마저도 연구만 집중적으로 진행할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지원단 관계자는 “피해자를 확인하기 위한 사할린 기록물 수집 등 사업을 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다”며 “매년 기재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우선순위에 밀려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중국·이스라엘 여전히 진상조사중…“대일항쟁기위원회 부활해야”

한국이 진상 조사에 소홀한 것에 비해 중국과 이스라엘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를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남경대학살동포기념관을 설치해 일본군이 1937년 자행한 난징학살피해를 상시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회는 1953년 이스라엘 야드바셈이라는 상설조사·기념시설을 설치해 나치가 자행한 만행을 조사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과 이스라엘은 무제한 피해신고가 가능하지만 한국은 현재 피해 접수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과거사를 계속 걸고넘어지는 일본에 대항할 유일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정혜경 박사는 “적어도 350개의 보고서를 더 써야 강제징용에 대한 진상을 어느 정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가 몇 명인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 정부가 과거사 진상을 밝히는데 무관심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과 과거사로 국제적 싸움을 하려면 우리도 진상 조사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대일항쟁기위원회를 빨리 부활해 다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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