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설득 위해 中달려간 박진…왕이 "원활한 공급망 수호"

'첫 방중' 박진, 왕이와 외교장관회담 및 만찬
칩4 예비회의 참여 결정한 뒤 마주 보는 자리
"중국 배제 아냐" 설득…중국 기류도 달라질까
전문가 "경제보복 가능성 적지만 원칙 세워야"
  • 등록 2022-08-09 오후 9:30:00

    수정 2022-08-10 오전 7:13:20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양자회담 및 만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 부장은 “한국과 중국이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하는 한편,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한 우리 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사진=외교부)
왕이 “서로의 내정에 간섭 말아야”

박진 장관은 이날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모고성군란 호텔에서 왕이 부장과 양자회담을 갖고 만찬을 진행했다. 왕이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윈윈(Win-win)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며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30년을 향해 중한 양측은 독립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다자주의를 견지해 유엔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왕이 부장에게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한 뒤 “한중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최고위급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편리한 시기에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담 의제로는 중국이 반발하는 칩4 참여를 비롯해 북한 제7차 핵실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대만해협 문제 등이 꼽혔다. 특히 이번 회담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현안과 난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한중관계의 초석을 다지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그간 우리 정부는 칩4에 참여하는 것이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예비회의 참가가 곧 칩4에 대한 정식 가입을 뜻하는 건 아니며, 향후 칩4 가입국이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또한 협의체 성격을 규정하는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중국이 우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룰 메이커’(rule maker) 역할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사드 보복 때도 반도체는 예외…中피해 크기 때문”

전문가들은 한국의 칩4 가입을 계기로 중국이 전면적인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중국이 사드 보복을 했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사드 철회를 끌어내지도 못했다”며 “중국에 대한 한국 내 감정만 나빠지고 국제사회에서 위상만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반도체의 경우 중국의 한국 의존도가 크다”며 “한국을 제재하거나 압박하면 한국이 미국과 더 가까워질 텐데 이는 중국으로서도 달가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박정호 명지대 특임 교수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 보복은 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산업 자체의 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분야, 예컨대 한류 콘텐츠나 화장품, 식품 이런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이 사드 보복을 할 때도 반도체는 예외였다. 본인들 피해도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사이에 낀 한국이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가능성은 앞으로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원칙’을 세우고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사안별로 결정하기보다는 큰 원칙을 정하고 그에 준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미중 전략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중국도 (우리에 대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진 장관은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이 제7차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해 역내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중국의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의 K팝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가 중국에 소개될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2017년 한국이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했을 때 ‘한한령’으로 보복한 바 있다.

박진 장관은 오전에는 재중국 교민·기업인과 화상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진 장관은 대중국 교역이 28년 만에 무역 적자가 발생한 것을 언급하며 “한중관계가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중국 지역 공관장 화상회의에서 박진 장관은 “중국 내 원자재·중간재 관련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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