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등 갈등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각 현안에 따라 구체적인 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경제·안보적으로 주요한 파트너 국가로서 양자택일이 어렵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안보는 한미동맹 경제는 개방과 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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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언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강 장관이 말한 “대외적 도전”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기술·경제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이념적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선택의 순간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엄중한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이런 측면에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익과 원칙에 기반한 정책기반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더욱 긴요해진 상황”이라며 “변화의 추세 속에서 때로는 서로 상반되는 요소를 조화시키면서 우리의 중심을 잡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그간 논의를 통해 ‘일관된 지향점’을 마련했다며 분야별 대응원칙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외교전략조정회의 2차 회의에서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좀 더 구체화시킨 것이다.
경제통상 분야에선 공정하고 호혜적인 동시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규범 기반 접근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선 전략적 개방성을 견지하는 한편 기술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치·규범 분야에선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데 기여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실에서도 통할까…“전략적 모호성 한계”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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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이러한 지향점들은 국익을 중심으로 다양한 고려사항을 균형적으로 반영해 나가면서도 우리 입장을 효과적으로 관철해 나갈 수 있는 일관된 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닥친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서 이같은 원칙이 얼마나 관철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은 화웨이가 통신장비에 숨긴 ‘백도어’로 정보를 캐내 중국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며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호주, 영국 등에 대한 경제적 보복을 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안보적 이슈와 경제적 이슈가 혼재되며 힘겨루기가 이뤄지며 각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갈등이 경제적·기술적 패권 경쟁을 뛰어넘어 민주주의, 인권 같은 이념·가치 전쟁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그간 미중 갈등 이슈에서 의도적으로 지켜왔던 ‘전략적 모호성’이 한계에 부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통해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국제사회 규범, 세계화, 법치에 기반한 국제 질서, 다자주의, 자유무역 등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손해 볼 각오도 해야 한다”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대통령 직속 태스크포스팀(TF)를 만들고, 분야별로 여론을 모아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