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370.86 12.45 (+0.53%)
코스닥 830.67 6.02 (+0.73%)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주범 궐석기소 두고 딜레마 빠진 檢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수사 착수
궐석기소, 25년 내 판결 확정 못하면 시효 완성
주범 박씨 탈옥 상태…궐석기소 시 살인 공소시효 폐지 효과 못 누릴 수도
  • 등록 2020-09-22 오후 8:18:20

    수정 2020-09-22 오후 8:59:45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검찰이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살해한 혐의로 현지에서 기소된 박모 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배당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박 씨에 대해 궐석기소를 통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검토 중이지만, 박 씨가 탈옥한 상황에서 2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궐석기소 특성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피해자 유족이 박 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허인석)에 배당했다. 형사3부는 강력범죄 전담 부서다.

검찰 한 관계자는 “박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맞는 것 같다”며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며 지난해처럼 경찰에 사건을 내려보내 수사 지휘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궐석기소 계획에 대해선 “다각도로 검토 중이고 유족 의사도 물어볼 것”이라며 “다만 탈옥으로 신병 확보가 안 된 상태에서 궐석기소를 하면 25년의 재판 시효가 지나 버릴 수도 있어 궐석기소가 꼭 답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가 제기된 범죄는 판결의 확정 없이 공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2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간주한다. 박 씨가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기소 이후 25년 안에 재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처벌이 힘들어질 수 있다. 탈옥한 박 씨 신병이 현지에서 확보되더라도 현지법에 따른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되면 그만큼의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1년 이태원 살인 사건 진범 아더 존 패터슨을 궐석 상태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범죄인 인도청구를 통해 6년 만에 국내로 데려왔다. 패터슨은 공소시효 만료를 6개월 앞둔, 범행 후 14년 6개월 만에 미국에서 검거됐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법 개정으로 그 이후 살인 사건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없어졌다는 점이 딜레마다. 이는 섣불리 박 씨에 대해 궐석기소를 진행했다가 25년 내에 박 씨의 신병을 확보해 판결을 확정하지 못하면 오히려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유족은 지난해에도 박 씨를 같은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경찰에 사건을 내려보냈고, 경찰은 유족에 박 씨가 차후 국내로 송환되면 수사할 수 있다며 고소 취하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박 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탈옥했고,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국내로 마약을 유통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추가로 흘러나오고 있다.

박 씨는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팜팡가주 바크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 살해한 혐의(살인·사체 유기)로 현지에서 기소됐고, 이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공범인 김모 씨는 사건 직후 국내로 송환돼 이미 징역형이 확정됐다. 유족은 박 씨의 송환이 계속해서 지연되자 궐석기소를 위해 지난해 2월 검찰에 처음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데 이어 지난 9일 재차 고소했다.

유족은 고소장을 통해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유가족과의 면담 자리에서 ‘범죄인의 빠른 송환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저희는 탈옥한 범죄인이 현지에서 재차 검거된다고 하더라도 송환 절차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이로 인한 3차 탈옥이 발생할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