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진 애널리스트 vs 적극대응 나선 주주들…달라진 여의도

매수 일색 증권가 리포트에 변화 바람
'매수 이유 없다'며 투자의견·목표가↓
영향력 커진 리포트에 주주들도 행동
"리포트 신뢰 제고에 분위기 달라졌다"
  • 등록 2019-07-23 오후 6:48:59

    수정 2019-07-23 오후 8:07:00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뻥튀기’ 오명에 시달리던 증권가 리포트가 달라지고 있다. 매수 일색 의견에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경영진의 무분별한 자금 조달을 지적하며 하루아침에 목표주가를 33% 내려 잡는가 하면 ‘세간의 우려나 비판은 신경 쓰지말라’며 의견 개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과감하게 의견을 내면서 증권사 리포트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주주들이 ‘리포트의 부정적 평가를 두고만 보지 않겠다’며 적극 대응에 나서는 등 이전에 없던 모습까지 나오고 있다.

“매수할 이유 없다”…이전과 달라진 리포트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외 증권사 47곳의 매수 리포트 비율은 79.2%로 나타났다. 6개월 전인 지난해 말 80.4%와 비교하면 1.2%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매도의견은 4.1%에서 4.8%로 0.7%포인트 올랐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한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총 150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천편일률적으로 ‘매수’ 추천만 하던 리포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셈이다.

변화의 바람은 이달 들어 거세지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다산네트웍스(039560)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 발행을 지적하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33%나 내려 잡은 것이 신호탄이었다. 보고서 발표 이후 다산네트웍스 주가는 당일에만 20.23%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4.92% 내리며 5거래일간 23.8%나 떨어졌다.

이전에 없던 어조로 매수를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선민정 하나금투 연구원은 이달 17일 발표한 메디톡스(086900) 보고서에서 “(메디톡스와 관련한 매체의 기사는) 오보이거나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명됐다”며 “파급력이 큰 매체의 기사가 보도된 다음 날에도 주가는 2% 하락에 그쳤다”고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한다면 중국에서 정식 판매되며 안정적인 고성장을 구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 연구원의 강한 매수 추천에 메디톡스 주가는 당일 4.82% 뛰며 6월 3일(7.83%)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의 리서치하우스 영향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법인·개인 영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증권사 내부에서도 매수만 추천하기보다 꼼꼼한 조사에 기반을 둔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주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3개월간 다산네트웍스 주가 추이(자료=마켓포인트)
영향력 커진 리포트에 주주들도 ‘질 수 없다’

애널리스트들이 의견 개진에 적극 나서면서 영향력을 키우자 주주들도 ‘부정적 평가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일약 ‘수혜주’로 떠오른 솔브레인(036830) 주주들은 키움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달 4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국산화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솔브레인이 대체 기술을 보유했다는 소식에 이달 초 4만9000원대던 주가가 50%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이 솔브레인의 투자 의견을 ‘아웃퍼폼(Outperform,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언더퍼폼(Underperform, 시장수익률 하회)로 두 단계 내려 잡으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박 연구원은 “불화수소는 가스와 액체 두 종류가 존재하는데 액체는 국산화가 일정 부분 진행됐지만 가스는 여전히 외산 비중이 높은 상태”라며 “솔브레인은 액체 불화수소를 제조하는 기업으로 외산 비중이 높은 가스 불화수소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보고서 발표 후 솔브레인의 요구를 반영해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그러나 박신호 법무법인 해냄 변호사는 22일 “잘못된 리포트로 주가하락에 영향을 미친 키움증권과 박 연구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손해배상청구소송 발표 하루 만에 주주분들 수 십명이 동참 의견을 밝혔다”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본시장 관련법 시세조종 행위로 고발장도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수 추천만 하던 리포트가 적극성을 띠자 리포트를 챙겨보기 시작했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면서도 “과거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매도 의견을 낸 뒤 해당 종목의 공매도를 대폭 늘렸던 사례도 있어 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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