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최근 떠들썩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건축업자와 공범 등이 짜고 깡통전세만 남기는 과정에 공인중개사가 적극적으로 가담해 피해가 컸다. 이들은 빌라 사기꾼에게 월급과 성과급을 받으며 세입자를 끌어모았다. 전세 매물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데도 ‘자금이 든든한 사업가’라고 소개하고 ‘시세가 훨씬 높다’며 세입자를 안심시켜 계약을 유도하기도 했다. 집 계약을 할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공인중개사뿐인데 이들이 ‘공범자’로 돌변하자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런 사태에 가담한 중개사들은 ‘일부’에 불과하며 ‘시스템 미비’로 인한 권한 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사에게 중개 대상물(부동산)의 소유권·저당권 등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을 세입자에게 설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중개사가 집주인의 세금 미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는 설명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다. 지금으로선 ‘불완전 판매’가 시스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시스템 개선은 물론이지만, 공인중개사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공범자’라는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미끼매물을 던져 손님을 끌어모으는 ‘허위광고’와 시세보다 높은 최고가 계약 뒤 취소를 반복하는 ‘시세조작’ 등 범죄와 영업의 선을 넘나드는 위태로운 행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거래 한 건당 많게는 수 천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받는 공인중개사의 배상 책임한도가 1년에 발생하는 모든 거래에 최대 2억원까지를 한도로 두는 것 역시 소비자 보호에 상당히 미흡하다.
공인중개사업계는 또 한 번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 소비자들은 부동산앱을 통해 폭넓은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있고, 정부는 특정경제범죄에 전세사기 등 대규모 재산범죄 가중처벌을 추진하는 중이다. 소비자들은 높은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과 함께 국가가 유일하게 공인한 전문가를 믿을 수 없다는 공포로 분노에 떨고 있다. 공인중개사가 한 차원 높은 전문성과 투명성을 실현하고 다시금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권리의 요구를 우선하기보다 책임과 의무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 인천시 연수구 내 부동산중개업소 밀집 상가에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