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위기인데 8년째 그대로인 의무휴업 규제

전통시장 살리자고 도입했지만 외국계 자본 이커머스만 키워
유통 채널 융합의 시대,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워야
업계 위기론에도 정부는 복합쇼핑몰까지 규제 움직임
  • 등록 2020-02-13 오후 8:25:21

    수정 2020-02-13 오후 8:25:21

이마트 매장 내부 모습. (사진=이마트)
[이데일리 김보경 김무연 기자] “의무휴업일 등 대형마트를 규제한 것의 취지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전통시장이 아니라 쿠팡만 살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방역하느라 문 닫으면 의무휴업일이라도 한시적으로 풀어줘야죠. 요새 같아서는 장사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롯데쇼핑이 13일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개 점포 중 30%에 달하는 200여 점포의 문을 닫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리자 업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 매장의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외국계 자본으로 무장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 대기업 대형마트에만 한정해 적용하는 낡은 규제는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설 자리를 없애고, 일자리만 줄이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어졌다.

2012년 강화된 유통산업발전법으로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의무 휴무일 지정(공휴일 중 매월 2회)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의무휴업일은 주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도 하지만 의무휴업일인지 모르고 매장을 찾았다 헛걸음한 고객들은 다음엔 매장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발품이 아니라 손품 몇 번에 문 앞으로 배송되는 이커머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새벽배송을 하려고 해도 영업시간 제한 때문에 어렵다. 의무휴업일이 낀 주말은 배송일에서도 제외될 수밖에 없다.

오세조 연세대 명예교수(제1회 상전유통학술상 수상자)는 “유통 채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융합과 진화가 심화해 대형과 소형의 개념이 없어졌다”며 “이 상황에서 대형마트에만 족쇄를 채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커머스 업체의 장사가 잘된다고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이커머스를 규제하지는 않을 것 아니냐”고 밝혔다.

오 교수는 또 “특히 지금 이커머스 업체들은 국내 자본으로 시작한 곳도 인수합병(M&A)을 통해 대부분 외국계가 잠식하고 있다”며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게 전통시장을 살리는 효과가 있는지, 유통시장에서 외국계 업체 덩치만 키워주는 건 아니지 정부가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제도를 개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도 “지금은 대형 점포에 대한 규제가 의미가 없어졌다”며 “시장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데다 규제를 통해 보호하고자 했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이미 몰락했다”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차라리 대형마트나 편의점 출점을 늘려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며 “공급이 수요를 만든다는 경제학적 시점에서 봐도 마트나 편의점의 출점을 오히려 장려해야할 시기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기능 뿐 아니라 지역 사회를 이어주는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형마트를 넘어 복합쇼핑몰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복합쇼핑몰에도 월2회 의무휴업을 지정하는 방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점포 출점 시 상권영향평가 분석 대상을 소매점(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에서 입점이 예정된 모든 주요 업종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새 점포 출점 시 슈퍼마켓이나 식당과 관련된 영향만 분석해 제출했지만 이제는 미용실, 문구점, 완구점 등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해야 한다. 그만큼 출점의 허들이 높아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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