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史 새로 쓴 SK
SK그룹의 글로벌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SK㈜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바이오·제약 분야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엠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수가가 7000억~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해외 의약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는 5000억원을 출자해 엠팩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이 SPC가 나머지 인수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SK “글로벌 시장 확장 전환점될 것”
업계에선 이번 SK㈜의 엠팩 인수가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 전체로서도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미국에서 소비되는 의약품은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기조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SK㈜가 미국 내 생산기지를 만든 셈이다. 또 미국 내 의약품 생산 기업을 갖게 되면, 해외 업체로선 더욱 까다로운 미 식품의약처(FDA) 승인 등에서 적지 않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여기에 국내 바이오·제약 업체로는 최초로 세계 1, 2위 시장인 미국과 유럽(아일랜드)에 생산 네트워크를 완성한 것도 미래 시장 개척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장동현 SK㈜ 사장은 “바이오·제약은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엠팩 인수는 글로벌 시장 확장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최 회장은 SK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반도체와 제약사업을 눈여겨보면서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제약·바이오 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시작 단계인 만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와 M&A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의 바이오·제약 사업은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최 회장의 승부수를 볼 수 있는 대표 사례”라면서 “이번 대형 M&A는 국내 제약사업의 글로벌 확장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