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vs 공정위 ‘2라운드’…시장지배력 남용 대법 판단 받는다

차별 거래·과장공문 발송 ‘쟁점 두 가지’
공정위 “패소한 거래차별, 다시 다투겠다”
檢 지휘 요청…내주 초 상고장 접수 예상
지멘스 “상고 안해…“서비스키 정책 고수”
  • 등록 2020-02-20 오후 6:51:19

    수정 2020-02-20 오후 6:51:19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의료기기인 전산화 단층 엑스선 촬영(CT)·자기공명 영상 촬영(MRI) 장치 유지보수 시장에서 중소 경쟁업체를 배제했다는 이유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 받은 국내 판매 1위 독일계 다국적기업 지멘스와 공정거래위원회 간 법정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공정위는 지난 2017년 12월과 2018년 1월 두 차례 전원회의를 통해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가 지멘스 CT·MRI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약 62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 의결에 불복한 지멘스는 곧바로 서울고법에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일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문용선)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일 “서울고법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CT·MRI 유지보수 서비스 등 후속 시장(Aftermarket)의 진입 장벽이 높아져 역량 있는 중소기업이 진출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기공명 영상장치(지멘스 MAGNETOM ESSENZA).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지멘스헬시니어스㈜ 홈페이지)


공정위-지멘스, 2년 넘게 소송戰…한 번씩 주고받아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 대한 거래 조건 차별과 병원에 안전 업데이트 및 저작권 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현저히 과장한 공문을 발송한 행위다. 공정위는 둘 다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후속 시장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에 관한 공정위 최초 법 집행 사례다.

공정위가 패소한 부분은 거래 조건 차별에 있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이다. 공정위는 지멘스가 자사 CT·MRI를 구매한 병원이 독립 유지보수 사업자(Independent Service Organization·ISO)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 관리 및 유지 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 발급조건(가격, 기능, 발급에 소요되는 기간)을 차별적으로 적용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서울고검에 상고 관련 수사 지휘를 요청한 상태”라며 “검찰의 지휘가 떨어지는 대로 상고이유서를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행정소송 상고기간은 민사소송법이 준용돼 항소심 판결문이 송달된 날로부터 14일 이내다. 2심 판단이 지난 6일 나온 점을 감안하면 빠르면 이번 주 안에 늦어도 다음 주 초반에는 서울고법에 상고장이 접수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ISO 진입장벽 낮아질까…大法 결론 주목돼

공정위는 차별 거래 법리를 집중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과장 공문 발송 행위는 이미 공정위가 재판에서 이겼다.

2016년 기준 지멘스는 장비 유지보수 시장에서 90%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 시장에 뛰어든 과거 지멘스 근무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중소기업 ISO 4개사의 점유율 합계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지멘스 측 조치로 ISO 4곳 가운데 2개 사업자가 사실상 퇴출되는 등 경쟁이 제한됐다.

지멘스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원고인 당사는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멘스는 “지적재산권 보호 영역인 한국시장 내 서비스키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012년 7월 보건복지부가 CT·MRI 수가를 각각 15.5%, 24% 인하하면서 병원의 장비 유지보수 예산이 감소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체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다. 이후 2013년 말 장비를 제조·판매하지 않고 유지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ISO가 시장에 진입했다.

ISO 시장이 다시 열려 중소기업 진출이 본격화할지 대법원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유지보수 시장에 다수의 중소 사업자가 들어온 GE와 도시바 CT·MRI의 경우 유지보수 비용이 지멘스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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