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전력시장 개방 추진…"산업 체질 강화" vs "한전 적자 커질 수도"

인수위, 한전 독점 구조 개방 등 발표
"민간에 개방해야 산업 체질 강화돼"
"한전이 적자 사업 모조리 떠안을 수도"
  • 등록 2022-04-28 오후 7:26:43

    수정 2022-04-28 오후 8:25:43

[이데일리 윤종성 김형욱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전력시장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한국전력공사(015760)와 그 자회사가 전기 생산부터 송·배전, 도·소매(유통), 판매까지 전력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현 체제를 무너뜨리고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요금이 더 이상 ‘정치요금’이 되지 않도록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인수위가 밝힌 전력시장 개편 방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다만, 전기요금의 선결 없이는 한전의 적자를 키우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인수위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 뿐인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행 전력산업 공공부문 구조(자료=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전력시장도 통신산업처럼 개방해야”

인수위 경제2분과는 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기본 방향과 5대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인수위는 기본 방향으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 △공급확대 위주에서 수요정책 강화로 전환 △에너지 시장 기능 정상화 등을 설정했다. 이를 위한 중점 과제 중 ‘시장 기반 수요 효율화’ 부문에서 한전 독점 판매 구조 개방과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제기했다. 또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요금 원칙을 확립하고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수위의 전력시장 개편 추진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전기요금이 정치적 논쟁의 도구가 되지 않으려면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며 “통신산업처럼 민간에 개방해야 정치권 입김을 줄이고, 산업 체질을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장은 “재생에너지 직접PPA 사업자,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자, 수요관리 사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신사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나 한전만이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현재의 구조는 이러한 전기신사업을 활성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인수위의 판매시장 개방은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전력시장의 개방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팀장은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며 “전기요금의 정상화없이 전력시장을 섣불리 개방할 경우 신규 사업자들이 산업용 대규모 고객, 대형 아파트단지 등 소위 돈 되는 곳에만 뛰어들고, 한전은 도서벽지, 농촌 등 민간사업자들이 기피하는 사업만 모조리 떠안아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美·英처럼 독립적인 에너지규제기관 둬야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강화하고,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요금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인수위 발표에 대해서도 “당연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 목표를 위해 전기요금이 휘둘리지 않으려면 중장기적으로는 영국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독일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처럼 에너지 분야에 독립적인 규제기관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위원장은 장관급, 위원은 차관급인 방송통송위원회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에너지규제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소속기관의 위상으로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어렵고, 권한도 너무 약해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정 팀장은 “해외 에너지규제기관의 경우 독립적인 예산을 편성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많게는 1000명 이상의 인력을 둬 전문성도 확보하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위원회는 10명도 안되는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조직과 인력을 늘려 전문성과 권위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방향성 좋지만 구체성 없어 좀 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인수위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다. 전 교수는 “전체적인 방향성은 좋지만 구체성이 없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와 전력공급·판매시장 개방, 규제기관 강화는 한꺼번에 묶어서 풀여야 할 텐데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도 “전기요금 원가주의 확립 등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화두를 인수위가 잘 꺼내들었다”면서도 “다만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얼마나 이행이 가능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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